[국제] 유엔기구, 가자지구에 사상 첫 '기근' 진단…이스라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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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시파 병원 앞에서 구호 트럭에 다가가려다 사망한 이브라힘 알 마그리비(19)의 시신을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가 가자지구에 사상 처음으로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정부 측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허위 선전에 맞춘 편향된 진단이라며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IPC는 22일(현지시간) 펴낸 59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북부의 행정구역인 가자주에서 식량위기 분류 중 가장 심각한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가자주에는 최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장악하겠다고 결정한 인구 밀집지역 가자시티가 있다.
IPC는 또 데이르알발라, 칸유니스 등지는 바로 아래인 ‘비상’ 단계로 분류하고 8월 하반기부터 ‘기근’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IPC는 식량 불안정과 영양실조의 심각성을 분류하는 국제 공인 시스템으로,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정상(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기근(Famine)’ 등 5개 단계로 나눈다. 이번 보고서는 IPC가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5일 사이에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발간됐다.
IPC는 “이 기근은 의심할 여지 없이 즉각적인 대규모 대응이 필요하다”며 “며칠만 늦어져도 기근 관련 사망률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가자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할 휴전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보건·영양 서비스가 즉각 복원되지 않는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는 지난 5월 이스라엘이 미국 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으로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 시스템을 일원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GHF의 식량 배급 계획과 실행, 모니터링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민간인이 식량을 받으려다 살해당하고 있는 일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이스라엘 남부의 키수핌 교차로 근처, 가자 지구 국경 근처에 세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가자지구 구호품 트럭 10만대 이상”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날 잇따라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IPC는 하마스의 가짜 캠페인에 맞춰 맞춤형으로 조작된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IPC는 단지 이스라엘에 대해 거짓 비난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스로의 규칙을 왜곡하고 기근 하한을 낮추고 사망률 기준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IPC가 가자지구에 대한 기근 진단을 내리기 위해 기근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다른 지역보다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또 “전쟁 발발 이후 10만대 이상의 구호품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며 “기본 식량이 넘쳐나고 가격은 하락 중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IPC의 허구가 아닌 현실을 입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도 “(IPC의) 이번 기근 분류는 공개되지 않은 전화 설문조사, 하마스 대원들이 일부 직원으로 일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의문스러운 평가, 그리고 지역 비정부기구(NGO)의 자료에 의존한다”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의 라깁 소일루 터키지국장은 이날 엑스(X)에 “이스라엘 외무부는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IPC의 보고서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IPC는 2019년부터 동일한 기근 기준을 사용해 왔다”며 “동일한 방법으로 남수단과 수단에서 기근을 선언한 바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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