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위성락 "이시바, 李대통령에게 대미협상 노하우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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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미 협상 관련 논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24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다.

위 실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전날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일 정상은 (소인수·확대) 회담과 만찬까지 합쳐 약 3시간 30분 동안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며 “소인수 회담의 경우 애초 20분이 예정돼 있었으나 그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가량 진행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위 실장은 “주로 일본 측에서 일본의 경험과 그동안 느꼈던 점들을 우리에게 ‘도움말’ 형태로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며 “되게 많이 도움이 됐고, 이 대통령이 추가 질문도 하고 토론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마침 오늘(24일)부터 저희가 (대미 협상) 그 길을 향해 떠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됐다고 생각하고 일본 측에 감사하는 입장”이란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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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일본 도쿄의 한국프레스센터가 마련된 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 방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담에 대해선 “취임 후 2개월 만에 일본을 방문해 한·일 셔틀외교를 조기에 복원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특히 위 실장은 25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 앞선 한·일 공조 강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미국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은 것에 대해 “일본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미국과 협의를 하러 간다는 것에 대해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볼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연계함으로써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좋지 않아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을 협력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우리가 주도해서 일본·미국을 이어 방문하는 모양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합류하기 위해 이날 출국한 것이 한·미 의제 조율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제 조율은 진행되고 있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시점이 되면 의제가 조율될 것”이라고 했다. 강 실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며 미국으로 향했다. 대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에 비서실장은 국내에 남아 대통령실을 지켰다는 점에서 강 실장의 이번 순방 동행은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 실장은 한·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라기보다는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 ‘어떻게 다루는 것이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추동할 수 있을까’ 등 철학적 인식에 기반한 접근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 문제와 관련해서도 “포괄적 논의는 있었지만 구체적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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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요시코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친교의 시간을 갖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상회담 직후 이어진 친교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양국 정상 내외 외에도 위성락 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이와야 외무 대신과 다치바나 관방 부장관 등 양측 참모진이 참석했다.

만찬 대표 메뉴는 이시바 총리가 즐겨 먹는 이시바식(式) 카레였고, 이 대통령 내외를 배려한 안동찜닭, 한국식 장어구이 등 한식 메뉴도 곁들여졌다.

이 대통령은 대학 시절 내내 카레를 즐겨 먹었다는 이시바 총리의 얘기에 “당시 일본의 유명 걸그룹인 캔디즈의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는 청년 이시바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친근한 말을 건넸다. 또한 “이시바 총리가 한국 라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출시된 모든 라면을 다 가져오려고 했지만 부피가 너무 커서 포기했다”는 농담도 했다.

만찬주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특산품 안동소주와 이시바 총리의 고향 일본 돗토리현에서 생산된 맥주였다. 위 실장은 이에 대해 “한·일 간 협력·화해·화합을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만찬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대화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주류 정치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역경을 딛고 국민의 선택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게 공통점이라는 얘기가 오갔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에 답장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 잠을 못 잔다”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이 대통령은 “나도 문자를 보내느라 바쁘지만 난 주로 (문자로) 일을 시키는 편”이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혜경 여사가 “이시바 총리가 당선될 때 부인인 요시코 여사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정서적인 공감대를 느꼈다”고 하자 일본측 배석자들은 “선거에서 역전해 이시바 총리가 승리했을 때 여사뿐만 아니라 모두가 울컥했다”는 소회를 전했다고 한다.

만찬 말미에 이시바 총리가 “일본 에도 시대의 평화 속에서 조선 통신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 말을 이어 셔틀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공동발표문에 담긴 것처럼 지방 소멸 문제와 저출생, 고령화, 자살 문제 등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할 공통 과제가 많다”며 “다음에는 서울 외에 한국의 다른 도시를 방문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이시바 총리 내외는 만찬 직후 별도 마련된 화실로 자리를 옮겨 부부 동반 친교 시간을 가졌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식후주를 하고 친분을 더 돈독히 한 것으로 안다”며 “대화 도중 이시바 총리가 이 대통령의 자전적 대담집을 읽었다고 말했다. 서명을 해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가 읽었다는 책은 2017년 출간된 이 대통령의 자전적 대담집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였다.

이 대통령은 1박 2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오후 워싱턴DC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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