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물탱크 위 198명, 시루섬의 기적…이제 그곳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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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은 단양읍 단양강 일원에 시루섬 기적의 다리를 건설 중이다. 사진 단양군

'시루섬 기적의 다리' 연말 개통 

충북 단양군이 ‘시루섬의 기적’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보행 현수교를 건립한다.

24일 단양군에 따르면 단양역 인근 5번 국도에서 단양강 내 시루섬을 거쳐 맞은편 수양개 관광지를 잇는 ‘시루섬 기적의 다리’가 오는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95%다. 군은 2022년부터 150억여원을 들여 길이 590m, 폭 2m 보행 전용 현수교(케이블로 상판을 지지하는 다리)와 시루섬 내 탐방로 등을 조성하고 있다.

단양군 관계자는 “현수교 메인 케이블과 하중을 지지하는 보강거더 설치를 완료하면서 다리의 뼈대가 모두 갖춰졌다”며 “종점부 진입도로 공사와 피뢰설비, 야간 경관 조명 설치를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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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시루섬. 중앙포토

지름 5m 물탱크서 14시간 사투 

시루섬은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에 속하는 약 6만㎡ 면적의 하중도(河中島)다. 섬 모양이 떡이나 쌀을 찔 때 쓰는 둥근 질그릇인 시루를 닮아서 시루섬이란 이름이 붙었다. 시루섬의 기적은 1972년 8월 19일에 일어났다. 태풍 ‘베티’가 몰고 온 폭우로 단양강이 범람했을 때 시루섬에 살던 주민 198명이 지름 5m, 높이 6m 크기의 물탱크에 올라서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팔짱을 낀 채 14시간을 버텼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한 아이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아이 어머니는 주민들이 동요할까 봐 슬픔을 삭히고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수해 이후 주민들이 하나둘 시루섬을 떠났고, 1985년 충주댐 건설로 단양강 물이 더 불면서 시루섬은 사실상 황무지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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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8월 대홍수 때 주민들이 14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던 시루섬 물탱크. 연합뉴스

"시루섬은 주민 화합·희생 정신 상징" 

단양군은 시루섬의 기적을 대홍수를 극복한 주민 화합과 희생정신의 상징으로 전승하고 있다. 2017년 단양역 국도변 수양개유적로에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을 조성했다. 이 공원에는 젊은 여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동상과 서로 꼭 붙어선 채 스크럼을 짠 주민들의 모습을 표현한 동판 등이 있다.

시루섬 기적의 다리는 오랫동안 방치된 시루섬을 단양의 대표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현수교가 준공되면 단양역 인근의 남한강 수변 생태 탐방로와 시루섬, 단양강 주변의 느림보 강물길이 연결된다. 시루섬 안에는 자연 그대로를 걸으며 즐길 수 있는 2.5㎞ 탐방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다리가 완공되면 도담삼봉과 만천하스카이워크 등 지역 주요 관광지를 잇는 새 관광 루트가 형성돼 체류형 방문객이 늘고 일자리 창출, 지역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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