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년 총지출 증가율 8%대, 정부 예산 720조원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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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편성할 예산이 720조원대 규모로 가닥이 잡혔다. 올해보다 약 50조원 늘어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현 상황을 위기 국면으로 보고, 마중물 역할을 할 재정 투입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최종 조율을 거쳐 이번 주중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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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총지출 증가 규모를 8%대로 잡고, 예산안 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편성하는 첫 예산이다. 올해 정부의 총지출은 673조3000억원(추가경정예산 제외)이다. 8%대 증가율을 계산하면 내년 예산은 720조원대가 될 전망이다. 계획대로 지출이 50조원 이상 늘어난다면 이는 2022년 49조70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증가 규모다. 긴축 재정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와는 확실히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다.

8%대 총지출 증가율은 최소 7.1%(2018년), 최대 9.5%(2019년)였던 문재인 정부 때와 유사한 수준의 확장 재정이다. 하지만 결은 다르다. 문 정부 때는 복지와 고용 분야를 중심으로 지출을 늘렸다면, 내년 예산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분야가 대표적이다. R&D 예산은 올해보다 5조7000억원(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으로 편성한다. AI 부문에서도 선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예산을 대거 투입한다.

국방 예산도 큰 폭으로 늘린다. 미국은 최근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증액하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요구 조건을 맞추려면 국방 예산을 지금의 두 배가량인 약 132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단계적으로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도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균형발전 예산도 많이 늘어난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특회계 포괄보조금 규모를 올해 3조8000억원에서 내년 10조원으로 증액한다. 이재명표 사업으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화폐) 발행 지원 예산도 확대해 1조원 이상 편성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재정 운용방향과 관련해 “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는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초과 세수로 그나마 재정 여력이 괜찮았던 문 정부 때와도 상황이 다르다. 2023년부터 2년 연속으로 세금 수입이 큰 폭으로 줄면서 약 87조원의 ‘구멍’(세수결손)이 났다. 올해도 10조원가량 예상 세금 수입액을 줄이는(세입경정) 결정을 해야 할 정도로 빠듯한 건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가 짠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세 수입, 기금 수입 등을 합한 재정 수입은 677조7000억원이다. 총지출 규모에 한참 못 미친다. 결국 빚을 내는(국채 발행)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이자 부담이 커진다. 국고채 이자 비용은 2020년 1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6조8000억원까지 불었다. 올해는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말 국가채무는 1301조9000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660조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경기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은 필요하지만, 그 후에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기반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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