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 열면 맨앞에 화장품 보인다…편의점 '매장 갈아엎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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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종각점. 일반적인 편의점 매장과 달리 입구에 화장품 매대를 놨다. 노유림 기자

#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종각점.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화장품 매대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기초화장품부터 선케어 제품까지 진열된 매대를 지나자 이번에는 양말과 의류, 위생용품 판매 공간이 나왔다. 2030세대가 자주 찾는 화장품 전문 매장처럼 밝은 분위기도 여느 편의점과는 달랐다. 식음료나 각종 기호식품은 매장 가장 안쪽에 진열돼 있었다.

실적 정체에 새로운 활로 찾아 #20~30 겨냥한 특화 매장도

# 서울 중구에 있는 GS25 서소문점은 계산대 바로 앞에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매대를 뒀다. 할인판매 상품에는 ‘액상 마그네슘이 포함돼 있다’는 광고 문구가 크게 붙었다. 한 손님은 음료를 계산하려다 건기식 매대에서 비타민을 집어 함께 구입했다. 편의점 계산대 옆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던 담배를 건기식이 밀어낸 것이다.

건기식이나 화장품 등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운 편의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편의점들이 매장 진열대를 갈아엎는 수준의 변화를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서울 지역에 2030세대 특화 매장 뉴웨이브 4곳을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뉴웨이브로 매장을 전환한 뒤 매출이 2배 이상 오른 점포도 있다”며 “젊은 감성을 강화한 매장을 확대해 점포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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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편의점 매장에 비치된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이 정체된 편의점 업계에선 상품 다양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중앙포토

편의점들의 변신엔 이유가 있다. CU(운영사 BGF리테일)와 GS25(GS리테일)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6.4%, 15.4% 감소했다. 이 기간 세븐일레븐은 적자를 냈다. 이에 더해 매출 상승 폭도 줄었다. GS25(4조2380억원)와 CU(4조2136억원)의 상반기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 2.2%를 늘었을 뿐이다. 세븐일레븐은 같은 기간 매출 2조386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그만큼 국내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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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편의점 3사는 점포 수를 늘려 성장하는 기존 전략에서 탈피해 판매 상품 다양화로 전략을 수정 중이다. 인구가 줄고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 전략이 한계이 이른 것이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를 겨냥해 편의점 대표 상품인 주류보다 화장품을 앞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영호 BGF리테일 상품해외사업 부문장은 “화장품과 독자 브랜드 상품 외에도 향후 판매 상품 다양화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가 주목하는 영역은 뷰티와 건기식이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뷰티·건기식 판매 점포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GS25는 지난달 31일부터 일부 매장에 건기식을 도입했고, 다음 달부터 점포 500곳을 선정해 건강·뷰티 전용 특화 매대를 설치한다. 이 회사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건기식 매출은 직전 주 대비 약 87.9% 증가했다. 다음 달부터는 국내 제약사와 협업해 판매 건기식을 30종으로 확대하고, 숙취 해소 등 건강 지향 상품 40여종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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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중구 GS25 서소문점 계산대에 다양한 건강기능식품과 행사 기획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노유림 기자

CU는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선보인 건기식 11종을 하반기 30종으로 대폭 늘린다. CU 건기식 담당 MD는 “다음 달부터 흡연자를 위한 영양제와 스트레스 관리에 좋은 건기식 등을 새로 선보인다”며 “기호식품 소비자를 공략한 특화 건기식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과 생활의류 등도 편의점 매대에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 3사는 화장품 전문 매장이 드문 지역을 점찍어 관련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CU의 뷰티 MD는 “올리브영이나 다이소가 없는 지역 매장에선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최근 오르고 있다”며 “현재 210곳인 뷰티 특화 매장을 올해 600곳 정도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 기대도 높다. 서울 금천구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홍선경(50)씨는 “편의점은 화장품 특화 매장보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운영 시간도 길어 판매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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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2030세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한다. CU는 올해 하반기부터 자사 브랜드 상품인 ‘겟(GET)커피’ 배달 서비스를 전 점포로 확대한다.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초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곁들임 디저트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CU 관계자는 “현재 충청 지역 일부 매장에서 시험 운영 중인데 다음 달부터 전국 7000개 매장에서 커피 배달 주문이 가능해진다”며 “커피 프랜차이즈와 비슷한 품질에 차별화된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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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편의점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CU 하반기 상품 컨벤션에서 즉석원두커피 상품인 'GET커피'와 곁들임 디저트를 선보였다. 사진 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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