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한국정부 잔인한 습격” 오산기지·교회 수사 겨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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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급습하고 미군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사실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 안팎은 벌집을 쑤신 듯 들썩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불과 3시간쯤 남기고 올린 소셜미디어 글이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Purge or Revolution)이 일어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며 “나는 오늘 백악관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을 만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올린 글.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이날 낮 12시1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15분)에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을 2시간55분 앞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은 곧바로 파장을 일으켰다. 정상회담이 예정된 백악관 주변에는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고, 대통령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행사는 50분쯤 지난 10시50분에야 시작됐다. 서명 행사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의 취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한국의 새 정부가 최근 며칠 동안 교회에 대해 매우 잔인한 급습을 벌이고 심지어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확인해 보겠다. 새 대통령이 몇 시간 뒤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급습’ 및 ‘미군기지 정보 수집’ 발언을 놓고는 한국 내 특검 수사 상황을 거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순직해병 특검팀은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의 집무실 및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내란 특검은 지난달 경기도 평택의 오산기지 내 한국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압수수색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오산 공군기지는 한·미가 공동으로 사용한다. 이에 대해 당시 특검은 “공군기지 압수수색은 부대 사령관 승낙하에 이뤄졌으며, 미군이나 미군 자료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두고 이를 거론한 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국내 보수 진영과 이들에 동조하는 미국 내 인사들의 입김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 1기 때 덴마크 대사를 지낸 칼라 샌즈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에너지·환경 담당 부의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지난 18일 보수 성향 매체 ‘데일리 콜러’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지난 6월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을 구금하고 종신형을 들먹이며 위협하고 있으며, 그의 부인을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특검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백악관 내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벌어지는 행정명령 서명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마친 뒤 현장 취재진과 즉석에서 다양한 현안을 놓고 문답을 하는 시간을 갖는데 통상 1시간 내로 마무리된다. 이날은 오전 10시50분 시작된 행사는 78분 만인 낮 12시8분에야 끝났다.
당초 이날 낮 12시(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고, 곧바로 12시15분부터 양국 정상회담을 갖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행정명령 서명 행사가 늦게 시작된 데다 평소보다 길어지면서 이 대통령 환영 행사, 정상회담이 줄줄이 뒤로 밀렸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흐르는 난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한국의 정치 상황을 문제 삼는 듯한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일이나, 정상회담 직전 행사가 지연되면서 회담까지 차례로 순연되는 일 등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은 특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여온 양국 실무진 간 논의 과정이 난기류를 보이는 흐름에서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상당했다.
미 정부 당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포함한 한·미 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비용 및 국방비 확대, 한국이 관세 협상에서 약속한 대미 투자펀드 3500억 달러의 명문화 및 직접 투자 확대 등을 놓고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막판 조율이 난항을 겪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많은 성과를 끌어내려는 특유의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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