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전공의들 처우 좋은 병원 복귀에…서울 보건소 의사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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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보건소는 지난 5월 의사 1명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직한 데 이어 최근 또 1명이 보건소를 그만뒀다. 강동구는 6차례나 의사 채용을 공고했지만 25일까지도 의사를 뽑지 못하고 있다. 중간에 의사 1명이 응시해 합격 통보했지만, 이 의사는 결국 채용 등록을 하지 않았다.

공공보건의 모세혈관이자 서울시민 건강의 최전선인 서울 25개 자치구 보건소에서 최근 퇴직하는 의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들면서 처우·근로여건 등이 유리한 의료기관으로 의사들이 되돌아가면서다.

전공의 복귀, 보건소 인력 이탈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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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27일 오후까지 전공의 추가 모집 원서 신청을 받는다. 사진은 2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붙어 있는 전공의 서류 접수 안내문. [뉴스1]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시 자치구가 전공의를 제외한 13명의 진료 의사(전문의)를 임용하는 동안, 30명의 진료 의사가 퇴직했다. 의사를 채용하는 속도보다 퇴직하는 의사가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연말 166명이던 보건소 의사 총수도 이번 달 151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8월에만 5명의 의사가 서울 보건소에서 퇴직했다.

이와 더불어 서울 보건소에서 일하던 전공의들도 줄줄이 사직서를 던지고 있다. 의정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면서다. 실제로 전국 200여개 병원은 의료 현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할 전공의들을 자체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전·현직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들도 상당수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전문의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임상 수련을 하는 의사를 말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분기부터 총 13명의 전공의를 뽑았다. 하지만 이번 달에만 5명의 전공의가 퇴직하는 등 현재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보건소에 단 2명의 전공의만 남아 있다. 특히 서울 양천구에서 일하던 4명의 전공의는 전원이 퇴직하면서 한 명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장덕향 양천구보건소 행정과장은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전공의가 복학하면서 결원이 발생했다”며 “26일 2명 면접이 예정되어 있고, 이후로도 꾸준히 의사 채용을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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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의료진의 모습. [연합뉴스]

결원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3명의 전공의 중 2명이 퇴직한 마포구의 경우 지난달 지방의무사무관(5급) 의약과장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마포구는 이번 달에 채용을 재공고했지만, 여전히 지원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1명이 근무했던 구로구 역시 유일한 전공의가 퇴사하자 채용공고를 냈지만, 마포구와 마찬가지로 25일까지 지원자는 0명이다.

양천구 전공의 4명 동시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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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공중보건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보건소의 업무가 많아진 상황을 원인으로 꼽는다. 보건소는 의사 수가 적어 업무 부담이 있고 일부 보건소는 근무여건도 열악한 편이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공공의료기관과 더불어 자치구 보건소가 비상진료를 떠안으며 업무가 몰렸다. 보건소 근무를 꺼리는 의사가 늘어난 배경이다.

민간 의사에 못 미치는 처우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방자치단체가 일반임기제로 선발하는 5급 공무원인 보건소 진료 의사의 보수는 공무원 보수 규정 기준 하한액인 6730만7000원부터 시작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이 금액의 120%까지 보수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채용 공고 중인 구로구 보건소 의사의 경우 8076만8000만원, 강동구 보건소 의사의 경우 8076만8000만원으로 개업의 평균 소득의 5분의 1 수준인 보수를 제시했다.

한편 전공의·전문의에 비해 간호 인력 수급은 양호한 편이다. 8월 기준 서울시 보건소 간호사 인력은 1410명으로 지난해(1463~1471명)와 큰 차이가 없다. 이동률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최근 간호사 인원 감소는 신규 임용자 축소에 따른 것이며 의정갈등과 관련은 없었다”며 “오는 9월 89명을 신규 임용하면 서울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수는 지난해 수준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이동률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공중보건의가 대거 이탈한 지방에 비하면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공공의료 공백에 차질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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