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한미군 땅 달라"…트럼프 웃음에 숨은 '악마의 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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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당신은 전사다. 미국은 완전한 지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 무대에 데뷔한 이 대통령이 취임 3개월만에 가장 주목받은 자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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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평소 비판적이던 매체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을 정도로 이날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다만 정상회담 중 웃음과 농담을 섞어가며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곳곳엔 곱씹어볼 대목이 숨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돌출한 새 요구…“주한미군 땅 달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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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뉴스1

그리고는 “한국은 (부지를) 미국에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줬고, 양도와 임대는 완전히 다르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우리가 가진 큰 기지의 토지 소유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칭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적 인상을 요구해왔지만, 땅의 소유권을 넘기라고 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간 합의에서 미군 기지 부지는 한국이 반환을 전제로 미국에 빌려준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헌법상 규정된 영토의 일부를 외국에 사실상 양도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설사 추진하더라도 국회 비준 등을 거쳐 양국이 맺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또 한반도에 미군이 소유한 기지가 생길 경우 2016년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를 배치했을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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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미군부대 부지를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이날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해당 발언이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출적으로 꺼냈는지, 사전에 양측의 최소한의 협의를 거쳤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韓 지도자의 대북 접근법은 부적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올해 안에 만나고 싶다”며 대북 대화 재개 의사를 밝혔다. 특히 “비핵화는 아주 큰 목표”라며 “러시아는 비핵화를 하려 하고, 중국도 하려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핵무기가 확산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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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이 열린 백악관 오벌오피스에 보잉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잉 항공기 100대를 추가 구입할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및 중국과의 핵군축을 강조한 말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그간 북·미 회담 재개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회담의 목표를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접근하는 군축 협상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웃으며 “좋다”며 “우리는 분명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여러 지도자와 일을 해봤지만, 그들의 대북 접근법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당신(이 대통령)의 접근법이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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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한국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을 비판한 것은 향후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하더라도 한국의 역할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위안부’ 먼저 꺼냈지만…“韓이 매우 큰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삼각 공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위안부’라는 한·일 양국의 첨예한 이슈를 먼저 꺼냈다. 위안부 문제는 통상 일본이 공론화하기를 꺼리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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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대화 중 함께 크게 웃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아직 위안부를 생각하고 있어서 내가 두 나라(한·일)가 함께 하도록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일본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지만, 한국은 그 문제에 매우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내가 잘못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거기엔 중첩된 문제가 있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의 복잡성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의 태도는 문제 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시기 때문에 제가 미리 일본과 만나서 걱정하실 문제를 다 정리했다”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여러 장애 요소가 많이 제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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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6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과거사 문제는 이 대통령의 지지층이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다.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견 속에서…“韓과 알래스카 합작 투자”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일본과 함께 투자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알래스카와 관련해 거래하고 있는데 그건 한국이 필요로 하는 원유와 관련됐다”며 “우리는 합의를 타결할 것이고, 한국과 합작 투자이며 일본도 개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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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한국은 지난달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

한국이 LNG 개발에 일본과 함께 참여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한국은 미국산 LNG 추가 구매를 약속했지만, 해당 사업 개발에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 또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의 성격과 방식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이날 회담에선 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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