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웡. 나달의 제자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US오픈에선 동남아시아 국가 선수들의 의미 있는 승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테니스 '신성' 콜먼 웡(21·173위·홍콩)은 2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1회전(128강전)에서 알렉산더 코바체비치(27·71위·미국)를 3-0(6-4 7-5 7-6〈7-4〉)으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로써 웡은 홍콩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따낸 최초의 홍콩 선수가 됐다. 웡은 "나와 내 가족은 물론 홍콩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승리"라고 기뻐했다. 전날엔 필리핀의 알렉산드라 이알라(20·세계 75위)가 여자 단식 1회전에서 클라라 타우손(23·14위·덴마크)을 2-1(6-3 2-6 7-6〈13-11〉) 꺾고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에 이긴 첫 필리핀 선수로 기록됐다.

스승 나달(왼쪽)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웡. 사진 웡 SNS

필리핀 이알라(가운데)도 나달(왼쪽)의 제자다. 사진 이알라 SNS

웡과 이알라는 '테니스 불모지' 동남아 출신 선수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또 있다. 이들은 남자 테니스 레전드 라파엘 나달(40·은퇴·스페인)이 자신의 고향인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운영하는 테니스학교 '나달 아카데미'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나달 키즈'다. 이알라는 12세 때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웡은 그보다 늦은 17세 때 합류해 나달을 비롯한 세계적인 코치들의 지도를 받았다.

테니스 하나만 보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이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 낮엔 강도 높은 훈련을, 밤엔 외로움을 이겨내야 했다. 뒤늦게 합류한 웡은 다행히 먼저 자리 잡은 이알라 덕을 봤다. 웡은 "이알라와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눴다. 각자 고향에서 예전에 없던 성과를 이뤄내 정말 기쁘다"면서 "어린 나이에 처음 하는 스페인 생활을 낯설고 힘들었는데, 그곳에 먼저 와있던 이알라가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웡은 스승인 나달에게 축하 메시지도 받았다. 그는 "나달에게 받은 축하 메시지도 아직 읽지 못했다. 곧 답장을 보내겠다"며 즐거워했다.

파격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알카라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남자 세계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는 1회전에서 라일리 오펠카(67위·미국)를 3-0(6-4 7-5 6-4)으로 제압했다. 압도적 경기력보다 팬들의 관심을 받은 건 알카라스의 파격 헤어스타일이었다. 알카라스는 머리를 거의 삭발 수준으로 깎고 코트에 나타났다. 그가 헤어스타일을 바꾼 이유는 주최 측 소셜미디어(SNS)에 게재된 영상에 소개됐다. 알카라스는 남자 골프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만나는데, 매킬로이가 "왜 머리를 짧게 깎았느냐"고 묻자 알카라스는 "그냥 한번 기분을 새롭게 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