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웨던 보라, 푸틴 침공하자 나토 가입…결론은 동맹·동맹·동맹"[중앙일보-CSI…
-
2회 연결
본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세 단어로 요약된다. 동맹, 동맹, 또 동맹이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부 장관(왼쪽)과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정보분석관이 기조대담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50826
‘협상의 기술: 한·미 협력의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로 열린 26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25 기조대담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정 지역이 아닌, 전세계적 위기로 규정한 채 동맹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제질서가 여느 때보다 진영화된 만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버금가는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은 규범에 의한 질서로 관리하되, 북한에 대해선 실질적 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토대로 더 모험적인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정보분석관의 지적에 “저들 나라가 부자연적·거래적 의미라고 하지만 어쨌든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며 “이에 우리는 글로벌 차원의 공동 책임을 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벌인 전쟁 국면에서 북한의 지원을 보면 위협의 ‘연결고리’가 드러났기에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동맹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매티스 전 장관은 봤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부 장관이 기조대담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50826
그가 예로 든 건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 사례였다. “나토가 창설된 이후 70년간 가입하지 않았던 나라들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3개월 만에 가입을 결의했다”면서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특히 스웨덴의 경우 냉전 때 비동맹 노선은 물론 나폴레옹 시대에서도 중립의 길을 걷다가 이제야 입장을 바꿨다”며 “주변 환경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내렸더니 답은 동맹뿐이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처럼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국가, 그리고 북한을 마주하는 한국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미국, 일본을 포함한 200개 가까운 민주주의 국가들이 한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판 나토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일러 전 분석관은 한반도가 거꾸로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띄우기도 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올해 초 내부용으로 제작했던 지도다. 해당 지도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를 중심으로 평양, 베이징, 도쿄는 물론 필리핀 마닐라, 베트남 하노이 등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기조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한·미·일 3자 협력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하고 왜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를 (거꾸로 된 지도가) 알려준다”고 말했고, 매티스 전 장관은 “대만 문제와 북·중·러 3자 협력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주한미군의 대만 문제 관여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견고한 동맹의 다음 작업은 중국 관리, 북한 억제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매티스 전 장관은 각기 다른 처방전을 제시했다. “지적재산권 도용, 남중국해 팽창, 전랑외교 등 중국의 공세적 경향이 강화됐다”는 매티스 전 장관은 “중국을 마냥 배척하거나 봉쇄한다기보다 국제법과 규칙에 따라 관리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야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매티스 전 장관은 중국과 함께 해야 한다는 도전과제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1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에서 발생한 중국과 필리핀 함정 간 충돌 등을 봐도 중국이 세계와 지역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여전히 드러난다”고 매티스 전 장관은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힘이 모든 걸 지배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법치의 가치를 믿는 반면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동맹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매티스 전 장관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먼저 결의를 보였다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의 협력 자체가 중국을 향한 가장 강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북미 대화 전망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한 세션3에서 좌장을 맡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정보분석관이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50826
북한에 대해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018년 대북 대화 분위기에서 한·미 연합연습 축소 등이 이뤄졌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줄지 않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는 데 이들은 의견을 함께 했다. 매티스 장관은 “김정은이 언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기 전에 먼저 양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먼저 양보한 결과 외교의 협상 카드가 사라졌던 전례를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우리가 현재 무엇을 더 내놓는다고 북한이 이에 보답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현실을 짚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동맹의 능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라도 연합연습 중단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했을 때 이런 훈련을 포함해 다양한 수단으로 억제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세계를 향해 한·미간 공조에 빛 샐 틈조차 없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