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관세 전술”…한국의 도전과 돌파구는 [중앙일보-CSIS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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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션 2에 참석한 최석영 전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의 특성은 ‘어제까지 사실이던 것이 오늘은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대표 겸 한국 석좌는 26일 중앙일보-CSIS 2025 포럼에서 “트럼프의 전략적 접근은 꽤 예측할 수 있지만 전술은 매우 변덕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로 통상 현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션 2에 참석한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날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한국의 전략’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말 한미 간 구두 합의가 있었지만 “정치적 합의에 불과해 구속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부품 관세, 비관세 장벽 철폐, 미국산 구매 약속 등 주요 사안은 언제든 변경 가능하다며 새로운 품목의 관세 부과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다.
세션 좌장을 맡은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세계 통상 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며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로 특히 취약하다. 해외에서 번 돈을 한국으로 가져와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션 2에 줌 라이브로 참석한 빅터 차 CSIS 지정학 외교정책 담당 대표 겸 한국석좌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빅터 차 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대표 겸 한국 석좌(워싱턴 화상연결)=트럼프 1기와 2기에 걸친 무역 철학은 동맹국과의 ‘무역 흑자 구조’에 대한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피해자라는 인식 속에 관세 부과를 주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트럼프는 제3국을 통한 미국 수출도 단속하고 싶어한다. 무역 흑자를 줄이고 균형을 맞추려는 그의 노력은 변하지 않을 테지만, 어떤 협정에 열릴지는 전술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관세를 줄이는 방식이 될 수도, 아니면 다른 방식의 협상 위치를 취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가장 명확한 약속은 조선업이다. 트럼프가 말한 협력 조건은 한국이 미국 조선소를 사거나, 배를 만들어 들여오거나, 부품을 따로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이다.
◆아담 파라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 지경학 선임 애널리스트(워싱턴 화상연결)=미국은 광범위한 관세 장벽을 구축하고 있고, 한국 수출의 약 26%인 350억 달러가 위험에 노출됐다. 한국은 4~5개월간 협상 끝에 매우 낮은 비용에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었고, 일본은 혁신적이거나 다소 비정상적인 투자 메커니즘, 즉 수백억 달러를 미국 중앙 투자 기금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협상에 임했다.
다만 그렇다고 이는 관세 불확실성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제약 등 개별 산업에 대한 전례 없는 관세 부과를 추진할 수 있다. 또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가 미국 법원에서 권한 초과로 판단될 경우 향후 철회 및 환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션 2에 줌 라이브로 참석한 아담 파라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 지경학 선임 애널리스트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7월 30일 1라운드, 8월 25일 2라운드, 이어질 3라운드까지 거쳐야 교역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로썬 모든 과정을 반드시 문서화해야 한다. 핵심 부분이 빠져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상황과 향후 운영 방안, 그리고 관세 조치의 임시성 여부가 결정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명예교수=트럼프 2기 관세는 상대국으로부터 투자 약속이나 미국 에너지 구매를 유도한 뒤 상호 관세를 조정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는 한국 경제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가져다주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 관세 25%에서 15% 인하 약속을 받았으나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반도체나 의약품 외에도 수시로 새로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크다. 이 때문에 주식 시장은 환호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최소 3년 반 동안 높은 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무역 중심 패러다임이 투자 방식으로 전환되고 국내 제조업 생태계 및 R&D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대한 국내 투자와 R&D를 강화해야 한다.
◆최석영 전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긍정적인 면에선 8월 1일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일단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데 큰 의미가 있지만, 양국 간에 투자 조건과 자국 시장 개방(쌀과 소고기 포함 여부)에 대한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다. 이런 모호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공동 성명에서 구체화가 필요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중 관세 및 무역 관련 합의를 원래 한 대로 하기로 했다는 건 양국이 가지고 있던 이견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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