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젤렌스키 모먼트 피했지만…관건은 통상·투자 디테일 합의”[중앙일보-CSIS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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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총알을 피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대표 겸 한국 석좌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면박을 당하고 백악관을 쫓겨나다시피 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니아 대통령과 같은 ‘젤렌스키 모먼트’를 맞지 않고 성공적으로 회담을 마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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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인터내셔널 스튜디오에서 정책 연설을 마친 뒤 존 햄리 CSIS 소장과 대담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차 대표는 26일 신라호텔에서 ‘협상의 기술: 한·미 협력의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25’에서 “이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긴장하는 대부분의 지도자들과 달리 자신감 있고 편안해 보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북한에 대한 관점(평화 구축자로서의 노벨상 수상 의지와 부동산 업자 출신으로서 북한 내 트럼프 타워 및 골프장 건설 등)에 호소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자연스레 북한 관련 대화로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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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션 2에 줌 라이브로 참석한 빅터 차 CSIS 지정학 외교정책 담당 대표 겸 학국석좌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역시 “이 대통령이 회담 직전 트럼프가 올린 당혹스런 SNS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노련히 대처하며 (트럼프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며 “(트럼프 남은 임기) 3년여간의 한·미관계 톤(분위기) 설정을 미래지향적으로 잘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차 대표는 “회담에서 진짜 어려움이 있던 것은 경제(관세·대미 투자) 분야 로 보인다”며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정상회담을 건너뛰고 곧바로 미국으로 갔음에도 관련 분야 언급이 양국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분야 디테일을 확정 짓는 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어려움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석영 전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도 “양국 간에 투자 조건과 자국 시장 개방(쌀과 소고기 포함 여부)에 대한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다”며 “이런 모호성을 향후 작성될 정상 간 공동 성명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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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개회사에서 “북한 핵이라는 군사적 측면에만 집중해 온 과거의 접근법은 한계에 부딪혔다. 북한의 경제 개발과 체제 보장, 미국 일본과의 수교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전문가가 함께 만든 현실적 경제발전 로드맵을 손에 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아 포괄적 대타협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방안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북미·북일 수교가 이뤄지고 북한과 세계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심화하면 북한도 국제적 행동기준과 규범을 지킬 수밖에 없어 핵이 무용지물임을 서서히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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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부 장관(왼쪽)과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정보분석관이 '협상의 기술: 한?미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기조대담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북한과 중국 등의 위협에 대해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버금가는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바탕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이날 기조 대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토대로 더 모험적인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정보분석관의 지적에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세 단어로 요약된다. 동맹, 동맹, 또 동맹”이라며 “나토가 연대해서 러시아를 대응하는 것이 좋은 지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처럼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국가, 그리고 북한을 마주하는 한국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미국, 일본을 포함한 200개 가까운 민주주의 국가들이 한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판 나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한반도가 거꾸로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띄우며 “한·미·일 3자 협력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하고 왜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를 (거꾸로 된 지도가) 알려준다”고 말했다. 해당 지도는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올해 초 내부용으로 제작했던 것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기조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티스 전 장관은 “대만 문제와 북·중·러 3자 협력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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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2025'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존 햄리 CSIS 소장은 환영사에서 “한국은 경제 대국이자 케이팝 등에서 선두적 위치를 차지하는 문화강국, 군사력도 세계 3~4위 규모”라며 “한국은 스스로를 작은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역 강국을 넘어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서의 현상 변경 의지에 주목한다”며 “북미 간의 적대 상태 해소, 이것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현상 변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조속한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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