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서 선박 구매” 마음 급한 트럼프, 조선 3사도 속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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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가 프로젝트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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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양해각서’ 체결식.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CRO,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 HD현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조선 ‘빅3’의 대미투자와 협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미국 조선업 부활’ 기조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역할이 한층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HD현대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기자재 업체 투자를 통한 공급망 강화 ▶자율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 조선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했다.

역할 분담은 HD현대가 조선기술 현지화를, 서버러스 캐피탈이 투자 운용을, 산은이 한국 투자자 모집을 맡는 방식이다. 투자 규모는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말 미국 측에 제안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이후 가시화된 첫 협력 사례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축적된 기술력과 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 조선업의 현대화·첨단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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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체결식에 참석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프란체스코 발렌테 비거마린그룹 대표.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도 같은 날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비거마린그룹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전문 조선사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미 7함대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추진하고, 비거마린그룹이 보유한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상선 건조도 나설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대규모 투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인사의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필리조선소 방문 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빅3의 행보를 한·미정상회담에 맞춘 전략적 행보로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해군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선업 부활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데 한국의 기술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한국에서 배를 구매하고 한국이 미국 국민과 함께 미국 땅에서 배를 건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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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대화 중인 린든 블루 제네럴 아토믹스 CEO, 사미르 사맛 구글 사장.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 해군은 올해 1월 기준 296척의 함정을 보유 중이다. 중국 해군은 함정 370척을 보유해 이미 미국에 앞서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상선 건조량은 5척(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우선 상선부터 한국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는 전망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알래스카 개발에 필요한 LNG운반선, 유사시에 탱크를 옮길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의 발주 가능성이 크다”며 “군함의 경우, 무기체계 노출 우려가 적은 군수지원함과 벙커링 선박(항공모함 급유용) 위주로 발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조선업계 임원은 “협력이 심화하면, 국내에서 군함 일부(블록)를 건조한 뒤 옮겨가 미국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조선소 운영에는 기자재 공급망, 숙련인력, 꾸준한 발주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모두 현지에서 부족한 만큼 국내 조선 3사는 인력 양성에 직접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에 엔지니어 50명을 파견했고, HD한국조선해양(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은 지난해부터 서울대·미시간대와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충분한 발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다”며 “정부가 마스가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각오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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