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극상 휩쓴 ‘퉁소소리’ 9월 귀환…"곳곳 전쟁인 지금이 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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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서 군살을 뺐다. 좀 더 깔끔해지지 않았나 싶다”(고선웅 서울시극단장)

연극 '퉁소소리'가 9월 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재연한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 교체기의 전란 와중에 남원 선비 최척 가족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과정을 담았다.지난해 초연 장면 . 사진 세종문화회관
연극 ‘퉁소소리’가 다음 달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다시 관객을 찾는다. 이 작품을 각색·연출한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26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배우들의 기량이 좋아져 보다 풍성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배가 들어오는 장면 등 일부 장면의 무대 비주얼도 보강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뭔가 채워내기보다는 비워내려고 노력했다”며 “올해 현악기를 추가하고 악사는 5명에서 6명으로 늘렸지만, 선율은 조금 더 단순화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퉁소소리’는 조선 시대 남원의 가난한 선비 최척 일가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국 명·청 왕조 교체기 등의 혼란을 겪으며 뿔뿔이 흩어졌다 해후하기까지의 30여년간 가족사를 담아냈다. 17세기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이 쓴 『최척전』이 원작이다. 제목에 쓰인 퉁소는 헤어진 가족이 재회하는 과정에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연극 '퉁소소리' 연출과 배우들이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가진 뒤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연출 고선웅, 배우 최나라, 정새별, 박영민.사진 세종문화회관
전쟁에 휘둘린 민초의 삶을 고선웅 연출 특유의 유머와 감동을 더 해 잘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평론가가 뽑은 한국 연극 베스트 3에 뽑혔고, 올해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및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문화 부분 대상을 받았다. 조선은 물론 당시 중국, 일본, 베트남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서사로 ‘블록버스터 연극’으로도 통한다.
고 극단장은 “고난 속에서 생명을 이어왔던 우리 선조들의 노고를 그렸다”며 “인간의 숭고한 삶의 가치를 관객들과 교감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참상이 끊이지 않은 상황이어서 ‘퉁소소리’는 오늘날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고 극단장은 “전쟁의 속을 들여다보면 놀라울 만큼 잔인한 만행이 공공연하게 자행된다”라며 “전쟁을 겪는 일반 시민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데, 정작 전쟁의 고통과는 거리가 먼 윗사람들이 전쟁을 결정하고 또 휴전 협의를 한다고 만나 악수하는 게 참 불쾌하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연극 '퉁소소리' 연출 고선웅, 배우 배우 최나라, 정새별, 박영민. 이들은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퉁소소리;에 대해 "재밌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 세종문화회관사진 세종문화회관
그는 또 “실제 여러 곳에서 전쟁을 하고 있으니 이 작품이 더 공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전쟁과 명·청 교체기와 같은 상황이 한 가족을 덮치며 만남과 헤어짐을 오가는 서사가 영웅을 다룬 이야기보다 매력적”이라고 짚었다.
배우는 초연 그대로다. ‘최척’ 역은 박영민이, ‘최척’의 아내 ‘옥영’역은 정새별이 각각 연기한다. 정새별은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 어떤 모습을 채워 넣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년의 ‘최척’은 원로 배우 이호재가 초연에 이어 다시 연기한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퉁소소리'. 올해 재연 무대에선 배가 들어오는 장면 등의 무대 비주얼 장치가 보강된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힘없는 민초의 기구한 삶을 그렸지만, ‘재미’를 빼놓지 않았다고 제작진과 배우들은 입을 모았다. 고선웅은 “저는 재미없으면 책도 영화도 보다가 접는 사람”이라며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박영민은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지난해 초연에서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인다”며 “지난해 보셨던 분들도 다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다음 달 28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러닝 타임은 약 1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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