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각장애인의 눈과 벗, 32년간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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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학교 32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안내견 태백이. [사진 삼성화재]

“지난 32년 동안 안내견들은 파트너의 눈이 되어주고, 가족이자 든든한 친구로 함께해왔습니다.”

26일 오전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개교 32주년 기념식.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를 하는 동안 ‘태백’이는 늠름한 표정으로 김 의원 곁을 지켰다. 22대 국회부터 함께한 김 의원의 네 번째 안내견이다. 직전 안내견 ‘조이’와 새 입양가족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의원은 ‘조이’를 어루만지며 “나랑 의정활동 다닐 때보다 털도 길고 살도 쪘구나”라며 반가움을 나눴다.

이날 행사에선 안내견 8마리가 장애인 파트너와의 새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0㎞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선지원 선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선 선수는 네 번째 안내견 ‘나리’와 무대에 올라 “제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나리’와 함께라면 세상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의지를 다졌다.

안내견은 통상 7~8년간 활동하다 은퇴한다. 이날 ‘조이’ 등 5마리의 은퇴견을 새 가족에게 보낸 장애인과 안내견을 길러낸 자원봉사자들은 “추억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내견 양성은 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이다. 이 전 회장은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 이 학교를 설립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다. 이 전 회장은 생전에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매년 15마리 내외가 시각장애인의 품에 안겼다. 학교는 지금까지 총 308마리를 분양했고, 이 중 85마리가 현재 활동 중이다.

안내견이 되려면 생후 약 2개월 때 쯤 일반 가정에서 1년간 사회화 훈련(퍼피워킹) 과정을 거친다. 은퇴 안내견의 노후를 돌보는 ‘은퇴견 돌봄 케어 봉사’, 부모견을 돌보며 우수한 안내견의 탄생을 돕는 ‘부모견 돌봄 봉사’ 등에 참여한 가정은 현재까지 28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는 “안내견학교의 지난 32년은 자원봉사자와 정부·지자체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하나 된 걸음’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했다”며 “시각장애 파트너와 안내견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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