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일정상 만찬 오른 안동소주…대형 와인 수입사도 생산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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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주류 박람회 ‘프로바인 2025’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안동소주 공동주병 모습. 업체마다 제각각이던 안동소주 병 모양을 하나로 통일했다. 사진 경북도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산읍 매곡리 경북바이오 2차 산업단지. 아직 아무 건물도 세워지지 않은 허허벌판에 행사장이 차려졌다. 천막들 사이로 공사가 막 시작된 듯한 부지가 눈에 띄었다. 그 앞으로 ‘농업회사법인 소주스토리㈜ 안동소주 양조장 착공식’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소주스토리는 대형 와인 수입·유통사인 나라셀라를 모기업으로 둔 기업이다. 산단 내 3300㎡ 부지에 총 사업비 120억원을 들여 연면적 2155㎡ 규모 안동소주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달 말 착공에 들어가 내년 2월 완공이 목표다. 이후 7월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경북도, 나라셀라에 생산 권유해
나라셀라는 국내 최초 누적 판매량 1000만 병을 달성한 ‘국민 와인’ 몬테스를 비롯해 120여 개 브랜드, 500여 종의 세계 와인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1990년 설립했다. 와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826억원을 기록했다. 종업원 수는 235명이다.

27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매곡리 경북바이오 2차 산업단지에서 농업회사법인 소주스토리 안동소주 양조장 착공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소주스토리 유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23년 5월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이 경북을 찾았는데, 이 지사가 “안동소주 세계화에 함께 나서보자”고 했다고 한다. 이후 경북도와 나라셀라간 투자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졌고, 실제 양조장 착공까지 이어진 것이다. 경북도는 양조장 건립으로 연간 60만L(150만 병)의 안동소주 생산 능력과 2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매년 인기 높이는 중인 안동소주
안동소주의 인기는 수치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안동소주 매출은 2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증가했으며, 이 중 수출은 1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4%포인트 늘었다. 2026년까지 수출액 40억원 달성이 목표다. 현재 미국과 베트남, 인도 등 14개국에 수출 중이다. 안동소주는 지난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 직후 만찬 자리에 오르며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안동소주의 성장세는 경북도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도는 2023년 안동소주협회를 설립하고 BI(브랜드 정체성)을 시각화한 공동주병 출시, 도지사 품질 인증제 도입, 해외 주류시장 공동마케팅 등을 해왔다. 더욱이 지역 내 주류산업 경쟁력을 위해 입지 시설 보조금을 최대 50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27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매곡리 경북바이오 2차 산업단지에 건설될 농업회사법인 소주스토리 안동소주 양조장 조감도. 사진 경북도
마 회장은 “안동소주는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을 간직한 우리 술”이라며 “이번 안동소주 양조장 신축을 통해 한국 전통주 산업의 발전과 수출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번 착공식은 세계 주류산업으로 도약하는 뜻깊은 자리이자 안동소주의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며 “안동소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증류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부인 이시바 요시코 여사와 양국 정상 부부 친교 행사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안동소주를 비롯한 안동 음식이 올라왔다. 연합뉴스
스카치위스키보다 200여년 앞선 술
한편 안동소주는 1260년대 제조를 시작했다.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은 스카치위스키(1494년)보다 훨씬 앞선 시기다. 안동소주는 가정마다 다른 양조 방법이 전해 내려온 가양주(家釀酒)이기도 하다. 안동지역에서 길흉사를 비롯해 손님 접대, 제사 등에 사용됐다. 과거엔 상처소독·배앓이·식욕부진·소화불량 등 구급약을 대신하기도 했다.
경북도 무형유산 제12호이기도 한 안동소주는 명칭에 ‘소주’가 들어가지만, 흔히 생각하는 희석식 소주와는 맛과 도수가 확연히 차이 난다. 안동소주는 증류주다. 위스키나 보드카·테킬라·럼 등과 같다. 45도짜리 안동소주는 숙취가 없는 술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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