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신발 3켤레 남기고 투신한 '강서 세모녀'…채무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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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세 모녀의 집에서 채무와 관련한 내용을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27일 주변인들 조사를 통해 이들이 생전 생활고를 겪었는지, 정확한 사망 동기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25분쯤 염창동에 있는 12층짜리 오피스텔 옥상에서 여성 3명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들의 유가족 등을 불러 조사 중이다. 사망자는 40대 A씨와 10대 B·C이며, 모녀 관계로 확인됐다. 이들은 추락 이후 지상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2명은 현장에서, 1명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

'강서 세 모녀'가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현장 곁에 주민자치회가 두고 간 꽃다발이 놓여 있다. 김창용 기자
모녀는 해당 건물에 거주 중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들의 집에서 채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 또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도 함께 발견했지만, 초기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이 극단적인 생활고를 겪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거주하던 집에는 몇달 전부터 월세 계약을 맺고 살았고, 계약 당시 몇달치 월세를 선납하는 등 집 임대료를 밀린 상태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물품과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 주변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따로 사는 A씨의 남편에게는 이미 사건 발생 사실을 알리고, 기본적인 조사도 마친 상태로 전해진다. 단 유족들의 의견에 따라, 부검은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이나 여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 조사와 함께 경찰은 사건 최초 신고자와 목격자의 진술, 건물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추락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역시 확인 중이다. 이들이 추락하기 전 오피스텔 옥상에 있던 한 주민은 세 모녀가 함께 옥상에 올라오는 것을 목격한 뒤 집으로 돌아갔고, 얼마 뒤에 집 밖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 당시 건물 지하 1층의 헬스장을 이용했다는 한 주민은 “지하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나서 나와 봤더니 일이 벌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최초 신고자 역시 비슷한 소리를 듣고 밖을 내다본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사고 이후 해당 옥상에서 세 모녀가 신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 3켤레도 발견했다.
한편 27일 사건 현장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란 글이 적힌 메모지와 함께 흰 꽃다발 한 개가 놓였다. 인근 주민이 사망한 세 모녀를 추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갖다 놓은 것이다. 해당 주민은 “관내에서 이런 일이 여럿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와봤다.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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