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Z 작곡가'의 국악은 무엇이 다를까…한강 풍경 국악으로 풀어낸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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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 각각 마다 개성이 뚜렷하지만 모이면 하나로 합쳐지는 매력이 있다.”(조재완)
“대금 음반을 듣고 국악의 매력을 느꼈다. 제3의 눈이 떠지는 기분이었다.”(김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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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국악 작곡가 조재완, 김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이들은 28일 열리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수상음악 프로젝트 '웨이브'에서 한강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강정현 기자

재기 넘치는 신예 국악 작곡가들이 중심이 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수상음악’ 프로젝트 ‘웨이브(WAVE)가 오는 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국악관현악은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 등의 선율 악기와 북, 장구, 꽹과리 등의 타악기가 어우러지는 음악 장르다. ‘수상음악’이라는 말에는 ‘물 위에서(水上)’ 즐기는 음악이라는 뜻과 ‘상을 받다(受賞)’라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악단 측은 올해 ‘한강’을 주제로 신작을 공모해 신진 작가 5명의 작품을 추렸다. 공모를 통과해 이승훤 서울시관현악단 단장과 김현섭·이고운 상주 작곡가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된 작곡가 조재완(26), 김준표(23)를 지난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국립국악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인터뷰 전부터 국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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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국악 작곡가 조재완, 김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이들은 국립국악고등학교 동문으로 이날 처음 만났다고 한다. 강정현 기자

◇바이올린, 피아노와 다른 국악기의 매력
국악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도 국악을 전공한 이들이지만 국악기만 다룰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대 국악과에 재학 중인 김준표는 “악기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먼저 접했는데, 그보다는 작곡에 관심이 많았고 양악보다 국악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재학 시절 대금 연주를 듣고 사로잡혔던 경험 때문이다. 그는 “당시 대금 산조 연주를 CD로 들었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며 “대금 장단의 변화를 느끼며 그동안 몰랐던 재미있는 세계를 발견했고, 제3의 눈이 떠지는 기분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작곡 과정에서 막힐 때마다 대금 연주에서 실마리를 찾는다고 했다.

추계예술대 국악과를 졸업한 조재완은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학교에서 배운 피리가 본인을 국악 작곡가로 이끌었다고 했다. “아리랑 같은 민요를 피리로 연주하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며 “피리뿐 아니라 국악기 모두가 개성이 강한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재완도 창작 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피리와 함께 아쟁을 ‘만능 치트키’처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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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관현악단 '웨이브' 프로젝트 연습실에서 악단의 연주를 듣고 있는 조재완 작곡가. 사진 세종문화회관


◇“불협화음 속 조화, 재즈와 국악의 미학 비슷”
둘은 국악의 매력이 재즈와 비슷하다고 했다. 조재완은 “국악은 악기 각각의 음색이 독특해 어떻게 보면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지만 결국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라며 “재즈도 불협화음 속에서 조화로 향한다는 점에서 국악의 미학과 비슷하다”고 짚었다. 이 말에 김준표도 “국악의 즉흥적 요소가 재즈와 결이 비슷하다”며 동의했다.

이는 국악이 넓은 계층에 소구될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단 뜻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 ‘웨이브’ 공연에서도 둘은 국악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국악의 특정 문법에는 얽매이지 않는, 대중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

이날 공연의 첫 문은 김준표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굽이’’ 작품이 연다.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를 다양한 국악기 소리로 표현한 작품이다. 심사단으로부터 ‘전통적인 풍경을 오늘날의 감성으로 풀어낸다’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와 가장 잘 맞는 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준표는 “다양한 물줄기가 발원지부터 한강 본류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표현하려 했다”라고 밝혔다.

조재완의 ’왈츠 월야선유‘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강 달빛 아래 흐르는 물결과 그 위에서 노니는 정서를 왈츠와 접목했다. 그는 “조선 시대 한강에 배를 띄워 선상에서 벌이는 연회를 동시대적으로 가져오면 어떤 느낌인지를 상상하고, 관객들에게 친숙한 왈츠와 결합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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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관현악단 '웨이브' 프로젝트 연습실에서 악단의 연주 모습을 살피고 있는 김준표 작곡가. 사진 세종문화회관

이들은 국악을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 위상이 달려졌음을 또래들 사이에서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게임 음악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김준표는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게임 음악을 만든 외국인 아티스트의 플레이 리스트에 판소리가 들어 있어 깜짝 놀랐다”며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내가 전공하는 국악을 듣는다는 것이 기뻤다”고 전했다. 조재완은 “한국 무용 등 전통문화 분야에서도 스타와 팬덤이 만들어지며 전통문화에 대한 심적 장벽을 낮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웨이브’ 공연에선 젊은 작곡가의 신작 5편과 함께 기존 국악관현악 작품인 김성국의 ‘공무도하가’, 임희선의 ‘한가람의 숨’을 들을 수 있다. 월드뮤직 그룹 ‘공명’의 박승원이 무대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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