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업 중 '몰폰' 금지 법으로…내년 3월부터 초·중·고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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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 1학기부터 초·중·고교 수업 중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수업 중 ‘몰폰’(몰래 스마트폰 사용)에 의한 학습권·교권 침해, 청소년의 디지털 과몰입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통과한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초·중·고 수업 중 학생들은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보조기기로 사용하고,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긴급 상황에 대응할 때는 교장과 교사의 허용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학교 내에서 교장·교사가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스마트기기 사용·소지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제한할 때는 기준·방법 등을 학교 규칙(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져올 수 없게 할 지, 수업 전 공동 주머니에 넣어 보관할 지 등은 학교에 따라 학칙으로 정한다. 다만 학칙 제정엔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경우 학교 교사는 학칙에 따라 주의·상담·훈육·훈계와 같은 생활지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2023년 9월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통해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왔다. 약 두달 전 발생한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번 법 개정은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에 관한 법적 근거를 보다 확실히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년 1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일선 학교들은 오는 2학기 관련 학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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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그동안 학교 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을 놓고 학생 인권 침해, 학습권·교권 침해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학교의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결정 전까지 인권위는 2014년 이후 학생 휴대전화 수거 관련 진정 300여건에 대해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전면 금지를 인권 침해로 판단해왔다.

인권위의 입장 전환은 학부모·교사·정치권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학생의 학습권과 건강권은 물론 교사의 교권마저 침해한다는 인식이 퍼진 것과 관련 깊다. 박혜원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장은 “현재도 상당수 학교가 생활지도고시를 통해 스마트폰을 제한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있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개정안은 당시 여당(국민의힘)이 발의했지만, 취지에는 야당(더불어민주당)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학교 스마트폰 금지 법안 통과를 위한 시민단체를 운영해 온 안기희 스프운동본부 상황실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기에는 이미 중독성이 도를 지나쳤다”며 “이번 법안은 수업 중 사용 금지까지만 허용됐지만 앞으로 '스마트폰 없는 학교 만들기', '중학교까지 스마트폰 사주지 않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에서 스마트폰 게임 지적당한 학생, 교사 폭행 

학부모와 교원단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 화성에서 초등 5학년과 3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김모(42)씨는 “요즘 아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학교 폭력을 벌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서로에게 욕을 하고 상처를 준다”며 “어른들이 모르는 부정적인 사용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스마트기기 금지 운동이 더욱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날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학생 수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교사 교권을 강화하는 개정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교총이 올해 5월 교사 55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66.5%가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업 방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몰래 녹음과 촬영을 당할까 봐 걱정된다’고 답한 교사도 85.8%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 양천구의 한 고교에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 학생이 지적을 당하자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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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날이 심각해지는 청소년의 디지털 과몰입도 법안 통과의 배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청소년(만 10~19세)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16년 30.6%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42.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성인의 과의존 성향은 코로나19 절정기에 정점을 찍었다가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청소년은 계속 증가세다.

프랑스·미국·영국 등도 청소년의 디지털 의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스마트폰이 청소년 건강에 해를 끼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선언한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시범 운영 중이다. 학교 안에 별도 사물함을 만들어 학생이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 때 돌려주는 방식이다.

다만, 일부 청소년 인권단체는 법적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한 ‘게임 셧다운제’처럼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마트기기
금지 법률은 학생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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