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돋히다’는 무조건 ‘돋치다’로 쓰세요

본문

전 세계에 ‘K문화’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적 소재를 가져와 제작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김밥, 불닭볶음면 등 ‘K푸드’도 세계 곳곳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위에서와 같이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어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갈 때 ‘날개 돋히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속에서부터 생긴 것이 겉으로 나오다’라는 의미를 지닌 ‘돋다’에 피동 표현을 만들어 주는 접사 ‘-히-’를 붙여 ‘돋히다’로 만든 것인데, 이는 성립할 수 없는 잘못된 표현이다.

‘먹다→먹히다’ ‘잡다→잡히다’에서와 같이 접사 ‘-히-’를 붙이면 피동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막연히 ‘돋다’ 역시 ‘돋히다’라고 써도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돋다’는 피동의 형태를 띨 수 없는 동사다.

피동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무언가에 의해 그 동작을 하게 된다는 의미에 부합해야 피동 표현이 가능하다.

‘소름이 돋다’를 예로 들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름은 내 몸에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지 남에 의해 돋는 게 아니다. ‘돋다’는 언제나 스스로의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동 표현으로는 쓸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말에 ‘돋히다’라는 단어는 없다. ‘날개 돋치다’ ‘가시 돋치다’ ‘소름 돋치다’ 등 ‘돋다’를 강조해서 쓰고 싶다면 ‘돋히다’가 아닌 ‘돋치다’를 쓰면 된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96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