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반탄' 장동혁에 축하 난 보냈다…"악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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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취임 한 달을 바라보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 제1야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새 과제가 놓여졌다. 그간 공석이던 국민의힘 사령탑에 같은 충청남도 출신이자,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장동혁 대표가 선출되면서다.

정 대표는 27일 대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의 지역 연고를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충남 금산군에서 제가 10남매 중 10번째 막내로 태어났다. 충청이 낳고 대전이 키운 정치인이 저 정청래”라며 “고향에 와서 최고위를 하니 어린 시절부터 여러 추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앞으로 대전 충청 지역의 발전을 위해 더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장 대표가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승리 직후 “정청래 대표에 비해 제가 진정한 충청인”이라며 중원 수복 의지를 드러낸 것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다만 장 대표는 앞서 정 대표를 직격한 데 비해, 정 대표는 이날 장 대표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정 대표는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이 장 대표 선출 관련 질문을 하자 “가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텐데, 대한민국에는 야당이 없고 극우 세력만 득세하는 상황이다. 이럴수록 내란 종식을 척결하기 위해 (민주당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장 대표를 거론하진 않았다.

정 대표는 전날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축하 난을 장 대표 측에 보내기도 했다. “내가 당선됐을 때 그쪽에서 (난을) 보냈기에 상응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대표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장 대표에게 비난 대신 다섯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한 찬반과 평가를 묻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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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형배 검찰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줄곧 “내란 세력과 악수할 수 없다”는 대야 강경 기조를 고수해 온 정 대표가 이처럼 ‘로키(low-key)’ 대응을 보인 배경으로는 우선 “야당 대표와의 대화를 강조한 대통령실 입장을 고려한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점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신임 장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 야당 대표와도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양당 대표가 당장 마주 앉아 하하 호호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이 대통령이 귀국 후 장 대표와 만나면 정 대표가 그때 여당 대표 자격으로 함께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지층을 의식한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며 투사적 이미지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악수를 안 하는 건 당 지지율에도 장기적으로 부담”이라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물밑 기류다. 재선 의원은 “이 대통령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층이 여야 협치에 우호적으로 변하면 정 대표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대표가 동향 출신인 점에 주목한다. 정 대표가 지난 25일 국민의힘 당권 후보들을 향해 “바보야, 문제는 내란 척결이야”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여권에는 김문수 후보 승리를 예측하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장 대표의 깜짝 승리로 고향 후배를 마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직 충청권 의원은 통화에서 “정 대표와 장 대표 둘 다 학창 시절에 충남 또는 대전에서 보냈다”며 “대놓고 물어뜯다간 지역에서 ‘점잖지 못하다’는 비호감이 확산되기 쉽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임기는 전임 대표이던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 까지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관건”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민주당 전략통 의원은 “본선 승리를 위해선 결국 중도층을 의식한 출구 전략을 정 대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충남은 전체 판세를 가르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했다. 27일 정 대표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채 해병 묘역은 물론, 연평해전과 천안함 전사자 묘역에도 참배했다. 민주당은 이날 “보훈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김현정 원내대변인)며 4선 민홍철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보훈정책특별위원회도 정식으로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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