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관세 15% 명시’ 한국 요구에…미국 “3500억 달러 문서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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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는 한국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측은 해당 관세의 문서화 조건으로 한국이 투자하기로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86조원)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과 사용처를 명문화할 것을 역으로 요구하면서 양측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측이 공동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동차 관세와 대미 투자금에 대한 구체안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오히려 미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문 작성을 압박했지만 한국 측이 시점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한국이 민감하게 여겼던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과 관련한 한국 측의 ‘불가’ 입장을 수용하는 대신 투자금 3500억 달러 가운데 직접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고 이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요구는 “투자금 대부분 떼일 가능성이 적은 대출과 보증”이라던 한국 측 입장과 다르다. 사실상 미국 마음대로 쓸 ‘백지수표’를 입금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미국은 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관세 등을 문서화하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현지 소식통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논의가 이어지다가 한국 측에서 ‘성급한 결과를 위해 나쁜 합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 나오며 논의가 중단됐다”며 “엄밀히 말하면 정상회담은 무역 합의 종료가 아니라 합의의 시점을 미뤄 놓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술적으로 (합의문을 만들지 않고) 시간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도 있었다”며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계속 협상이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이 ‘뉴노멀’을 언급한 배경엔 새로운 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도 있다.

미국은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한국과 ‘치킨게임’을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7일 CNBC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투자자금 그리고 다른 나라의 자금으로 국가 및 경제 안보 기금이 조성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들이 미국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우리에게 자금을 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최종 담판이 한·일의 ‘눈치게임’ 양상으로 전개되자 28일 미국을 방문하려던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상은 돌연 방미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아카자와 장관은 방미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관세와 대미 투자에 대한 견해차를 좁혀 합의문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역시 한국과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최종 합의가 늦어질수록 한국과 일본 모두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담이 누적된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과 일본 자동차에 대해 각각 25%, 27.5%의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연합(EU)엔 15%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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