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넉달째 '달걀 한 판 7000원'…그 뒤엔 가격고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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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 연합뉴스

달걀값이 4년 만에 7000원을 넘어선 뒤 넉 달째 하락 기미가 없다. 여름방학 동안 학교 급식 중단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 8월에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며 ‘달걀값 미스터리’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 등 기상 요인이 일부 영향을 미쳤으나, 정부는 근본적 원인으로 산란계협회와의 갈등으로 100일째 이어지는 가격공백을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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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28일 축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올 8월(1~28일) 달걀(특란 30구) 소비자가격은 7115원으로 집계됐다. 달걀 한 판 값은 지난 5월 7026원으로 2021년 7월(7477원) 이후 약 4년 만에 7000원을 넘어선 뒤 넉 달 째 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달걀값이 오른 배경으로는 여러 요인이 거론된다. 우선 달걀이 ‘국민반찬’으로 자리 잡으며 소비가 꾸준히 늘었다. 1인당 하루 소비량은 2021년 0.82개, 2022년 0.86개, 2023년 0.91개, 지난해 0.95개로 계속 증가했다. 반면 공급은 폭염으로 인한 폐사와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올해도 200만 마리 닭이 살처분되며 위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달걀값이 4개월째 7000원 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평년(6561원)보다 10% 가까이 오른 수준으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5월 고강도 물가 대책을 내놨지만 가격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여름방학에는 수요 감소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8월에 오히려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는 원인으로 대한계산란계협회가 지난 5월 22일 이후 100일 넘게 산지가격을 고시하지 않은 점을 지목한다. 협회가 지난 6월 공정위의 담합 조사에 반발해 가격 고시를 중단하자 특란 한 알당 190원 수준에 거래가 묶였다는 것이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의혹을 받고 있으니 고시를 중단했을 뿐이며, 물량이 넘치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하는데 유지되는 것은 제값이라는 의미”라고 반박했지만, 정부는 새로운 가격이 나오지 않자 농가가 5월 고시 가격을 계속 따르고 있다고 본다.

달걀 산지가격을 협회가 직접 고시하는 것은 달걀 시장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관행이다. 달걀은 매일 생산되고 깨지기 쉬우며 겉모습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른 농축산물처럼 도매시장에서 경락가격(도매시장 경매를 통해 최종적으로 정해지는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산지에서 농가와 유통업자가 직접 거래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대한산란계협회가 조사해 고시한 기준가격을 토대로 협상이 이뤄지는 방식이 60년간 이어져 왔다.

과거 협회가 직접 고시하는 산지가격은 유통상인보다 협상력이 약한 농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당시 유통상인은 계란 매입 금액을 확정하지 않고 선별 과정에서 나온 등외란 비중과 납품업체 판매가격 등을 반영해 4~6주 뒤 정산하는 ‘후장기 거래’ 방식을 선호했다. 이 과정에서 농가가 약속된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자 협회가 고시가격을 제시해 농가 수익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2021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산지가격의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커졌다고 본다. 달걀 품귀로 유통업계가 을의 위치로 밀리면서 농가와의 관계가 역전됐고 산지가격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산지가격은 미래가격이자 농가의 거래 희망가격이라 오를 때는 즉시 반영되지만 내릴 때는 더디게 조정되는 특성이 있다”며 “현재도 가격이 고점에 고정돼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협회의 산지가격 고시를 없애고 시장가격에 따라 달걀이 거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수급 상황을 조사해 매주 ‘유통일보’를 발간하기로 했다. 정부는 농가와 유통업자가 이 정보를 토대로 협상해 시장가격을 형성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또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후장기 거래 관행을 차단하고, 달걀 품질을 반영한 가격 체계를 마련해 산업 선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 회장은 “달걀은 질병이나 기후에 따라 매일 영향을 받고, 매일 생산되는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이라 정부가 정확히 산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축평원이 생산자(농가) 수준에서 시장을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는 협회가 산지가격을 발표하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달걀 수급 조사를 위해서는 농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어서 그동안 가격 체계 개편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도 수급 정보 제공 농가를 170곳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지만 실제 참여는 40여곳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부 측은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2023년부터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고 2024년 연구용역과 협의체 출범 등 준비가 이어진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개편하겠다는 의지가 크다”며 “비정상적인 가격 상황은 결국 농가에도 피해로 돌아가는 만큼 9월 중 협회와 협의해 가격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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