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배 늘어난 AI 예산 어떻게 쓰이나…GPU 1.5만장, 100조 펀드 조성 [2026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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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 투자에 10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1만5000장 구매하고, 10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에도 1조원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26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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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예산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앞에 내세운 건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경제’이다. AI을 중심으로 한 미래 먹거리에 재정을 집중 투자한다. 저출생ㆍ고령화 등으로 활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숨통을 다시 틔우겠다는 취지다. AI를 포함해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에 72조원을 편성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늘어난 재원의 대부분은 연구·개발, AI, 초혁신경제 선도 사업 등 국가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AI 분야에 10조1000억원 예산을 투자한다. 올해 관련 예산안(3조3000억원)의 3배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사들이기로 했다. 올해 추경 예산을 통해 확보한 1만 장과 기존 물량 등을 합쳐 정부가 2년 내 3만5000장을 확보한다. 여기에 민간이 1만5000장을 추가로 구입해 총 5만 장의 규모의 AI 연산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AI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AI 관련 대학원을 현재 19개에서 24개로 늘린다. AI 관련 연구 과제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톱티어(Top-Tier)’ 인재의 경우 월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해외 연수 기회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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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AI를 로봇, 자동차, 조선 등에 적용한 피지컬 AI 분야도 집중 지원한다. 로봇 등의 중점 사업에 매년 5000억원씩 5년간 총 6조원을 투입한다. 주요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제조, 바이오헬스, 주택 등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에 신속한 AI 적용을 지원하는 데 9000억원을 투입한다. 피부를 분석해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거울이나, 신생아 울음소리를 분석해 초보 부모에게 알려주는 AI 등이 관련 상품으로 꼽힌다.

연구·개발 예산도 35조3000억원으로 올해 예산안보다 19.3% 늘렸다. 증가 규모로만 따지면 역대 최대다. 이 중 10조6000억원은 AI, 바이오, 콘텐트, 방산 등 분야별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자된다. 기존 반도체보다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등이 대표적인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정부는 첨단 혁신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100조원 이상 국민성장펀드에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100조원 가운데 50조원은 한국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으로, 나머지 50조원은 연기금과 민간 자금 등으로 조성된다.

하지만 국민성장펀드를 둘러싸고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가 투입하는 1조원은 민간 공모 자금에서 손실이 나면 이를 먼저 우선 분담하는 후순위 자금으로 사용된다. 펀드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손실을 세금으로 메울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관제펀드가 정권 교체 후 예산 삭감이나 투자자 이탈 등으로 제대로 된 사후 관리가 되지 않은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AI 관련 산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의 경우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된 구체적 프로젝트 등은 아직 나온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 규모만 크게 늘어난 만큼, 정부가 집행에 급급해 사업성이 없는 프로젝트에도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도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등 지능정보화 산업 예산을 2018년 5조원에서 2022년 12조원으로 늘리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관련 사업의 상당 부분이 관리 부실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예컨대 2020∼2021년에 구축한 AI 데이터 360종(사업비 7020억원) 가운데 122종(사업비 1148억원 상당)이 활용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특정 분야에서 재정 규모 3배로 늘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집행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AI 위원회 등을 통해 타이트하게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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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대응에도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과 연계한 금융 패키지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비한다.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지원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한·미 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하고 중소 조선사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강화 예산도 별도로 편성했다.

한편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은 27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원 늘렸다. 도로 예산은 9000억원 줄이는 대신 광역 철도 구축 등 철도 예산을 1조8000억원 증액했다. 울릉도 소형 공항 건설에도 1149억원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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