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동수당·지역화폐 확대, 농어촌 기본소득…의무지출 눈덩이 [2026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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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월 최대 13만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내년부터 만 7세에서 8세로 올라간다. 소득이 없는 4인 가구라면 월 200만원 넘는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 거주자들에겐 월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준다. 이렇게 내년 한 해에 늘어나는 주요 의무지출 예산만 7조원에 달한다.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줄이기 힘든 각종 현금성 지원이 늘면서 재정 부담도 한층 커졌다.

‘이재명표 민생예산’의 틀이 나왔다. 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26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우선 저출생 대응 차원에서 아동수당 지급에 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지급 연령을 만 7세 이하에서 8세 이하로 상향하고, 지급액도 10만원에서 최대 13만원으로 늘린다. 지역별 차등 지원 방식도 새로 도입한다. 수도권 거주자는 10만원, 비수도권은 10만5000원을 받는다. 인구감소지역 중에서도 우대지역은 11만원, 특별지역은 12만원을 준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으로 수당을 받을 경우 1만원을 더 얹어준다.

정부는 아동수당 지원 대상을 2030년까지 매년 1세씩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당장 추가로 나가는 돈만 5200억원이다. 복건복지부 전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최소 13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돌봄 예산, 일ㆍ가정 양립 지원도 대폭 늘린다. 아이돌봄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200%에서 250%까지 확대하고, 유아 단계적 무상교육ㆍ보육 대상도 기존 5세에서 4~5세로 넓힌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안에 각각 6000억원, 4700억원을 배정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인상(월 최대 220만원→250만원)을 위해선 4조원을 투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실험도 첫 발을 뗀다. 인구감소지역 6개 군에 거주하는 주민 24만 명에게 월 15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이다. 내년엔 2000억원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해본 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읍ㆍ면 지역 주민 960만 명에게 월 15만원을 전면 지급할 경우 연간 약 17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생계ㆍ의료급여 예산도 늘어난다. 내년 기준중위소득(전 국민을 소득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이 역대 최대인 6.51% 인상되면서, 월 소득이 전혀 없는 4인 가구라면 한 달에 200만원 넘는 생계급여를 받게 된다. 월 수급액이 195만1000원에서 207만8000원으로 상향되면서, 관련 예산도 8조5000억원에서 9조2000억원으로 불었다.

의료급여 예산도 기존 8조7000억원에서 9조8000억원으로 1조원 넘게 늘어난다. 우선 부양비 제도를 폐지하면서 수급 문턱을 낮췄다. 그간 자녀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급여 심사에 탈락했던 이들이 대거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200개소를 시작으로 간병비도 지원한다.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는 간병비의 30% 내외만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노인 기초연금은 월 34만3000원에서 34만9000원으로 6000원 인상된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관련 예산도 23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청년미래적금 신설에 7000억원을 투입한다.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중위소득 200%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 대상이다. 3년간 최대 월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정부가 납입금의 6%(일반형), 12%(우대형)를 매칭해 추가 적립해주는 형태다. 대선 공약에는 최대 25% 수준을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재정 부담 때문에 완화됐다.

3년간 1800만원을 납입해도 조건에 따라 만기 시 환급액이 달라진다. 일반 청년이나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이라면 2080만원(매칭율 6%),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6개월 이내)라면 3년 근속 유지시 2200만원(매칭율 12%)을 모을 수 있게 된다. 기존 청년도약계좌의 만기가 5년이라 해지율이 높다는 비판을 수용해, 청년미래적금 만기는 3년으로 단축했다. 기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의 갈아타기도 허용할 예정이다.

구직활동 중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한 구직촉진수당을 월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한다. 구직급여(실업급여) 대상을 늘리고, 지급 단가도 2.9% 올린다. 각각 1조원, 11조5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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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지역화폐 예산은 1조2000억원이다. 24조원어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국비 보조율을 높였다. 수도권 3%, 비수도권 5%, 인구감소지역은 7%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경영안정바우처도 신설했다. 연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들에겐 공과금ㆍ보험료 등에 사용 가능한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있는 의무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 728조원 중 의무지출 규모는 388조원으로 전체의 53.3%다. 기재부 국가재정운용계획(2025~2029년)에 따르면 2027년 415조원, 2028년 441조원, 2029년 466조원으로 연평균 6.3%씩 늘어날 전망이다. 2029년엔 의무지출 비중이 55.8%까지 높아진다. 그만큼 정부가 경기 상황이나 정책 의지에 따라 쓸 수 있는 예산(재량지출)을 확대할 여력은 줄어든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ㆍ고령화로 의무지출이 어느정도 늘어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재량지출도 고정화되는 추세인 게 많다”며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기인데, 학원비로도 쓰이는 지역화폐를 정부가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역화폐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는 있겠지만, 성장률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대표적인 낭비성 예산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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