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에 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출연진들. 왼쪽부터 배우 이승민, 염혜란, 이병헌, 손예진, 박휘순과 박찬욱 감독. A=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29일(현지시간)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박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일반 관객에게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공식 자리인 프리미어 시사회는 이날 오후 10시쯤 이탈리아 베니스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렸다. 시사회 시작 전부터 극장 밖에는 팬들이 모여들었고, 박찬욱 감독과 매우 이병헌·손예진 등이 등장하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기립박수로 막을 올린 영화는 기립박수로 막을 내렸다. 배우와 감독이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엔 박수갈채가 멈추지 않았다. 데드라인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며 8분 30초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 스타 이병헌에게 가장 큰 환호가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오전 7시 30분 열린 기자와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한 언론 시사회에서도 영화는 호평받았다. 시사회를 1시간이나 앞두고 이른 시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영화가 끝난 뒤엔 큰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29일(현지시간)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렸다. 관객들을 촬영하는 박찬욱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외신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영국 가디언은 "영화는 코미디 범죄극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점차 가족 간의 갈등, 위태로운 남성성, 가장의 위기, 더 나아가 국가의 현실을 비추는 이야기로 변모해간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의 신작은 언제나처럼 유려하고 단단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다양한 일탈과 신비로운 환상에 빠져드는 몽환적인 순간까지도 포용해내는 서사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버라이어티는 "박찬욱 감독이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영화 감독일지도 모른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전했다.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은 "20년 동안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면 어느 시기든, 어느 나라에서 왔든, 정말 공감되고 시의적절하다고 반응해 줬기 때문"이라며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처음 영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이야기가 강렬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이고 모든 것이 함축 돼 있다"며 "시나리오를 다 읽고 '엄청난 영화가 나오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만수(이병헌)가 25년간 다닌 제지회사에서 하루 아침에 해고된 뒤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잇따라 살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도끼(The Ax)』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다. 이병헌·손예진·염혜란·이성민·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국내 개봉은 내달 2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