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尹∙전한길 문제 신중해졌다…'초강경파' 장동혁 달라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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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그리고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로 대변되는 아스팔트 우파. 이들을 대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온도가 전당대회 이전에 비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28일 여야 지도부가 함께하는 3자 회동을 제안하자, 다음날 “이번에는 그런 형식(3자 회동)의 만남이라도, 언제쯤 다시 시간을 정해 제1야당 대표와 만날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회동 자체는 조건부 수용한 것으로, 당 지도부는 곧장 대통령실과 실무 조율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1일 “순방 성과를 늘어놓는 자리에 들러리 서진 않겠다. 다만 특검법과 검찰 관련 법안, 민생 현안 등을 의제로 하는 단독 회동이 전제된다면 (3자 회동을) 못할 것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1일 오전 10시 30분에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정 동반자로서 야당을 존중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이재명 정권은 삼류 조폭 정치”(17일), “민주당 정권을 끝장내겠다”(19일)고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장외투쟁을 불사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표 취임 후에는 원내 중심 대응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장 대표가 최근 주변에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한다”며 “싸우는 야당 기조로 가더라도, 여야가 대화하는 정치 복원을 기본 전제로 깔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당시 당대표 후보)가 지난 13일 대전 배재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충청·호남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면서 조경태 후보 지지층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 뉴스1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면회에 대해서도 장 대표는 신중해졌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전인 7월 31일 “대표가 되면 면회를 가겠다”며 “윤 전 대통령과 뭐를 더 절연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29일 “지금은 인선도 해야 하고, 당을 빠르게 정리해야 할 시간”이라며 “(면회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면회 의사를 철회한 건 아니지만, 우선순위를 거론하며 톤을 낮춘 것이다. 김민수 최고위원이 29일 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 접견 신청을 해놨다”고 밝히자,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도부 차원에서 합의된 게 아니다. 국민적 상식, 공감대가 우선”이라고 거리를 뒀다.
당내에선 ”장 대표와 전한길씨와의 관계도 전대 이전과는 달라질 것“(대구 지역 의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대 당시 장 대표는 전씨 등 보수 유튜버와 공동 전선을 꾸렸고, 이 과정에서 ‘한동훈 대신 전한길 공천’ 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전씨에 대한 ‘주요 당직 기용설’이 돌자 장 대표는 주변에 “전씨는 당 밖에서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원내가 할 역할과 원외에서 장외 투쟁을 이끄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장 대표의 메시지가 누그러진 걸 두고 당내에선 “의도된 전략적 행보”(대구 지역 의원)란 반응이다. 장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초반부터 초강경으로 일관하고 장외투쟁 모드로 가면 리더십과 정치력에 의문 부호가 붙을 거란 걸 장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안다”며 “당을 겨냥한 특검 강제 수사나 민주당 입법 독주에는 맞불을 놓되, 정책 정당의 면모를 강조하고 정부·여당과 소통 채널은 열어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가 31일 신임 정책위의장에 계파색이 옅은 중도 보수 성향의 4선 김도읍 의원을 내정한 것도 이런 기류와 맞물려 있다. 사무총장에 내정된 재선 정희용 의원은 옛친윤계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또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미래전략회의’를 신설해 정책을 발굴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기류 변화에 아스팔트 우파가 반발하면 장 대표의 운신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 대표가 같은 반탄(탄핵 반대) 주자인 김문수 후보를 꺾은 배경에는 아스팔트 우파와 보수 유튜버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만큼, 장 대표가 이들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원내와 장외를 분리하되, 필요시 선택적으로 연대하는 외줄 타기에 성공할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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