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점휴업” “빚에 허덕” 석화공장 문 닫자 여수 상권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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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여수산단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 여수시 무선지구 상가가 인적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9시쯤 전남 여수시 무선지구.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노동자들의 베드타운이자 유흥시설이 밀집한 상가 전역이 적막했다. 과거 식당과 술집들로 불야성을 이뤘던 대로변의 점포 100여 개 중 간판불이 켜진 곳은 6~7곳에 불과했다. 상가 중간중간 셔터가 내려진 식당과 주점들 입구에는 ‘임대’, ‘매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몇장씩 붙어있었다.
무선지구 내 노래방 밀집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20여 곳이 넘는 노래방과 룸소주방 등에 설치된 현란한 네온사인과는 달리 오가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래방 업주 김모(64)씨는 “여수산단이 호황을 누리던 2년 전에 비하면 매출이 4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며 “혹시나 손님이 올까 하는 기대감에 매일 문을 열고는 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산업 불황의 여파로 여수산단 내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여수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여수산단 협력업체 및 플랜트(Plant) 건설 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십 년간 호황을 누렸던 무선지구는 ‘유령도시’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무선지구에는 770여 개의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중심 상권 인근에는 수십 개의 원룸과 모텔 20여 개가 있어 산단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숙소로 이용해 왔다. 무선지구 내 총 3300세대의 아파트 단지에도 산단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지만, 상권 전체가 침체에 빠진 상태다.
무선지구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하는 김모(60)씨는 “산단 내 공장이 멈추니 돈과 사람이 빠져나가고, 불 꺼진 상가와 빈 달방만 남았다”며 “2~3년 전 대출을 받아 원룸·모텔 등을 매입한 업주들 상당수가 3~4억원이 넘는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단 노동자들로 북적이던 무선지구가 침체에 빠진 것은 공장들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산단 내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이 지난해 일부 공장을 닫은 데 이어 지난달 8일에는 여천NCC까지 3공장 가동을 멈췄다.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학동 등 여수의 중심 상권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여수 지역 식당·식품위생업소는 2023년 8368곳 중 730곳이 폐업한 데 이어 지난해 687곳, 올해는 지난달까지 428곳이 문을 닫았다.

박경민 기자
석유화학산업 불황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은 여수산단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이다. 여수상의에 따르면 여수산단 협력업체들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플랜트건설 발주액이 지난해 1조1195억원으로 2년 전인 2022년(2조145억원)에 비해 44.4%(8950억원) 줄었다. 발주액이 급감하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여수의 플랜트 건설업 종사자는 1780명으로 지난해 9월(8783명)보다 79.7%(7003명) 줄었다. 여수산단이 활황이던 2023년 1만5000명대에 비해선 88.1%(1만3220명) 급감했다.

김경진 기자
무너진 여수 경제는 상가 공실률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여수 원도심 상권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35.1%로 지난해 2·4분기(12%)보다 23.1%p 치솟았다. 한문선 여수상의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석유화학산업 지원과 산단 기업에 대한 전기료 감면 등과 함께 여수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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