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공의 복귀 첫날…환자 “그나마 다행” 먼저 온 전공의 “인사도 안받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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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으로 사직했다가 1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들이 이날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있다.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는 의·정 갈등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김성태 객원기자
충북 청주의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오는 8일부터 정상 운영에 들어간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돌아오면서 응급의학과(7명) 정원이 100% 채워졌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전공의가)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단 응급실을 정상 운영할 순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호남권의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 분위기는 어두웠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전공의 복귀가 절반에 그쳤고, 1년차 전공의는 아예 없다”며 “내년에도 신규 전공의 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하반기 복귀를 결정한 전공의들이 1일 첫 근무를 시작하면서 병원들이 분주해졌다. 이날 각 병원에선 복귀 전공의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1년 7개월을 끈 의료공백 사태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선 환영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남은 과제가 적지 않아서다.
전공의들의 선호가 높은 서울 ‘빅5’ 병원 복귀율은 70~80%대에 이르렀다. 병원 관계자는 “과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가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세브란스병원 곳곳에선 “그 과는 전공의 많이 돌아왔냐”고 묻는 등 의료진 사이에서 전공의 복귀를 화제로 삼는 대화가 오갔다. 30대 B씨는 품에 안은 18개월 아들을 쓰다듬으며 “전공의들이 복귀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먼저 복귀한 전공의들이 모인 SNS 단체 채팅방엔 “9월 복귀자들이 대놓고 인사를 받지 않는다. 정말 당황스럽다”는 하소연이 올라왔다. 5월에 돌아온 한 전공의는 “인사를 건넸지만 9월 복귀자들이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라며 “일부 병원에선 아예 인수인계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서로 도와야 할 상황인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간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애매한 동거’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빅5 병원 한 간호사는 “(전공의 복귀로) 업무 분장이 모호해져 혼란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수도권보다 복귀율이 낮은 지방 병원 분위기가 어두운 편이다. 지역 대학병원 복귀율은 50%대로 추정되는데, 특히 필수의료 과목은 저조하다. A교수는 “오늘도 4년차 전공의가 ‘의료소송 리스크를 책임져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일부 전공의는 전국 단위 노조인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의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더는 침묵 속에서 소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당직 등 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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