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기 침체·이민 급증 덮친 영·프·독…극우정당 지지율 동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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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정치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빅3’ 국가인 영국·프랑스·독일에서 극우·포퓰리즘 정당의 지지율이 사상 최초로 나란히 1위를 기록하면서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지난해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30%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지난 7월 발표한 결과에선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대선에 나설 경우 대선 1차 투표에서 36%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에선 극우·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지지율 선두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9%를 기록해 집권당인 노동당(22%), 제1야당 보수당(16%)보다 앞섰다. 독일에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진행된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의 조사 결과에서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이 26%의 지지율로 여당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25%)을 앞섰다.

이탈리아·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선 이미 극우·반이민 정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영국·프랑스·독일에서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나란히 지지율 선두를 기록하며 집권 가능성이 커진 건 사상 처음이다.

변화의 원인은 다른 유럽 국가와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이민자가 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시민 불만이 커진 것을 주요 이유로 본다”고 전했다.

지난해 영국에 접수된 망명 신청 건수는 10만8100건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독일 역시 해외 출신 거주자 비율이 2017년 15%에서 2024년 22%로 치솟았다. 프랑스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이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경제는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만 올랐다. SNS를 통한 여론 양극화는 반(反)엘리트 정서를 키웠다. 컨설팅회사 맥라티 어소시에이츠의 제레미 갈롱  유럽 담당자는 “경기 침체와 급격한 이민이 결합한 악순환이 유권자를 기성 정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에 극우 정당은 반이민 정서 자극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개혁당은 집권 시 5년 이내에 불법 이민자 60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한다. AfD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독일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내세운다. RN도 반이민·반이슬람 담론을 앞세우고 있다.

세 나라 중 가장 발등의 불은 프랑스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공공부채 해결을 위해 지난달 15일 지출 동결(국방 예산 제외), 법정 공휴일 폐지 등이 담긴 재정 긴축안을 내놨다. 하지만 여론과 야당의 반발이 거세자 오는 8일 신임 투표로 정당성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프랑스 매체들은 이를 ‘자살 행위’로 평가한다. 의회 다수를 차지한 좌우 야당이 불신임 투표를 해 바이루 내각이 붕괴될 확률이 높아서다. 이럴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 총선을 할 수 있지만,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RN 등이 의회 주도권을 더 가져갈 수도 있다. 후임 총리를 지명한다고 해도 야당 반대를 뚫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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