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복 입은 여당, 상복 맞불 야당…개원 첫날부터 ‘보여주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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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개막한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선 여야의 의상 대결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푸른색 계열의 한복을 입고 나타났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색 정장과 ‘근조(謹弔) 의회 민주주의’라고 적힌 리본을 단 상복 차림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27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취지로 개회식에서 의원 전원이 한복을 입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상복 차림으로 출석하자고 의원들에게 공지해 맞불을 놨다.
의상만큼이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석의 분위기도 달랐다. 본회의장에 먼저 도착한 민주당 의원들은 의석 곳곳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갓을 쓰고 나타나자 같은 당 문정복 의원은 “독립운동하고 오셨나”라고 농담을 건넸다.
침묵 속에 본회의장에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평소처럼 동료 의원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의원도 드물었다. 우 의장의 개회사가 끝난 직후에도 박수 없이 침묵을 지켰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을 무시하고 악법을 힘으로 밀어붙이는데 웃고 떠들 분위기냐”고 했다.
우 의장은 개회사에서 “내년 지방선거일을 1차 개헌 국민투표 시한으로 제안한다. 늦어도 10월 초에는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상복 착용을 비꼬았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상사(喪事)가 발생한 줄 몰랐다. 부고를 내 달라”고 했다. 반면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와 의회 민주주의가 상당히 위기에 처해있다는 인식인데, 민주당은 축하하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상반된 여야의 모습은 100일간 지속될 험난한 정기국회의 예고편이란 평가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부터 3대 특검 수사 기한 연장, 검찰개혁 4법(검찰청폐지법·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 설치법안), 여당 강경파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주장까지 걸려 있어 곳곳이 지뢰밭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명문화한 정부조직법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3대 특검 연장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입법도 내부 논의 중이다. 반면에 국민의힘 측은 일련의 시도가 결국 내년 지방선거까지 각종 수사·재판으로 야권을 흔들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모든 게 지방선거를 겨냥한 거대 여당의 칼춤”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곤 “남 일이 아니다”(영남 지역 의원)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결국 9월 정기국회에서도 여야의 대립은 날로 격화될 전망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마다 회기를 쪼개 조기 종료시키는 ‘살라미 전술’로 맞불을 놓는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 시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뒤 종료시킬 수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필리버스터가 반복되면 9월 정기국회에서도 민생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9월 정기국회는 오는 9일과 10일 각각 민주당,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연설, 15~18일 대정부 질문을 거쳐 100일간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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