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월 대미수출 12% 줄었다…관세타격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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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5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며,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12.0%)을 나타냈다. 지난 7월30일 한·미 양국은 한국의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내리는 무역협정에 합의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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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8월 대미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철강 등 주력 품목이 감소하면서 1년 전보다 12.0% 감소한 87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5월(-29.4%)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대미 월간 수출액이 9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23년 8월(89억5900만 달러) 이후 2년 만이다. 지난 6월(-0.7%)과 7월(1.5%) 한국의 대미 수출은 관세 영향에도 비교적 선방한 바 있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자동차의 경우 지난달(1~25일 누계) 대미 수출액이 15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었다. 또 다른 품목관세 대상인 철강(-32.1%)·자동차부품(-14.4%)을 비롯해 일반기계(-12.8%)·2차전지(-23.7%) 등 15대 주력 수출품 중 11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자동차·부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는데, 아직 이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시간을 끌 경우 한국 기업의 피해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차 부품 -14%, 철강 -32%…품목관세 대미수출 직격탄

미국은 한국이 관세를 내리기 위해 제시한 3500억 달러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나와야 약속한 자동차 관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서가람 정책관은 “관세 인하 시기가 늦어지면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수요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품목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대미 반도체 수출은 데이터센터 등 AI(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따른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8억1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6.8% 급증했다. 다만 미국이 반도체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재고 확보를 위한 선수요가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향후 반도체 관세율을 확정하면 한국에 최혜국 대우(MTN)를 하더라도 최소 15%의 관세율이 예상돼 수출 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 호황 국면이 당분간 지속하겠지만, 미국이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현재와 같은 수출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중(大中) 수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1년 전 113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110억1000만 달러로 2.9% 줄었다.

다만 지난달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584억 달러로 1년 전(576억 달러)보다 오히려 1.3% 증가했다. 역대 8월 중 최대치다. 1~8월 누적 수출액도 4539억68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499억1700만 달러)보다 0.9% 늘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과 기업들이 미국·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27.1% 증가한 151억 달러를 기록하며 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최근 수요 폭등에 따라 수출 단가가 상승하면서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이 부진했지만, 친환경차·중고차 수출 증가로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55억 달러)을 냈다. 유럽연합(EU)·독립국가연합(CIS)·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한 것도 효과를 봤다.

지역별로는 대아세안 수출이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인 108억9000만 달러(11.9% 증가)를 기록했다. 장상식 원장은 “전체 수출이 늘어난 것은 수출 지역이 다양해진 영향”이라며 “향후 관세전쟁을 벌이는 미·중을 제외한 국가들의 합종연횡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2기 정부가 펼치고 있는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0.13%포인트, 내년 0.16%포인트 정도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이날 공개한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우리 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올해 GDP 성장률을 0.9% 예상했는데, 미국 관세 변수만 없었다면 1%대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런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기 전망을 악화시키고, 경제 주체의 심리를 위축시켜 한국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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