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진핑·푸틴·모디…미 제재 우회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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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확대회의에서 “진영 대립과 괴롭힘(覇凌·갑질) 행위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중국 주도의 SCO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하며,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의 안보·경제 분야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SCO 의장국을 대표해 시 주석은 이날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화된 세계를 제창한다”며 “회원국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SCO개발은행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올해 안에 20억 위안(약 3900억원)을 무상 원조하고, 앞으로 3년 동안 은행 연합체 회원 은행에 100억 위안(약 1조9500억원)의 신규 대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중국이 회원국에 840억 달러(약 117조원)를 투자했고, 회원국과 중국 간 양자 무역 규모가 5000억 달러(약 696조원)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이 상하이에 본부를 둔 브릭스(BRICS)개발은행에 이어 SCO까지 경제 연대를 강화해 G7(주요 7개국)에 대항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중국이 제안한 SCO개발은행 설립을 적극 지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SCO) 회원국 공동채권 발행, 자체 결제 및 예치 인프라 구축, 투자은행 설립을 지지한다”며 “외부 환경의 변동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제재를 회피할 대체 지불 시스템 개발을 의미한 발언이다.

모디 총리는 “SCO의 비전은 안보(Security), 연대(Connectivity), 기회(Opportunity) 세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며 “강력한 연대를 통해 무역이 활성화하고 신뢰와 발전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21개국 정상이 참가한 SCO 플러스 확대 정상회의에서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냉전적 사고방식, 패권주의, 보호무역주의 그림자가 남아 있으며, 새로운 위협과 도전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면서 “더욱 정의롭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촉구했다.

SCO 회의는 이날 ‘SCO 미래 10년(2026~2035년) 발전계획’이라는 제목의 톈진선언 채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톈진선언은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공습을 강력히 규탄했다.

또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과 관련,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 연구, 생산 및 이용 분야에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강조한다”면서 “회원국들은 이 분야에서 일방적인 제한 조치는 국제법에 위배되며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며 서구 주도의 국제 제재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선언은 기존에 옵서버와 대화 파트너로 이분화했던 SCO 확대 회원국을 ‘SCO 파트너’라는 단일 지위로 통합했다.

톈진선언에 북핵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현안은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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