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데이터센터 에너지 전쟁…우린 싸울만한 '전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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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수요 폭증할 ‘AI 심장’…한국의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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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네이버는 2023년 4월 1일 달 표면에 우주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각 문(GAK MOON)’을 짓겠다는 영상을 공개했다. 물론 만우절 이벤트성으로 제작된 영상이었지만, “언젠가 어느 빅테크가 달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면 바로 네이버일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2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소설(SF) 혹은 만우절 농담에나 등장하던 ‘우주 데이터센터’가 어느새 구글 등에서 실제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이들이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넘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지구만으론 감당할 수 없다.” 한계 돌파를 위해 인류는 어디까지 개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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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데이터센터, 이게 진짜 돼?=구글은 자사의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에서 시범운영하는 프로젝트에 첫발을 내디뎠다. 맷 라이드나워 구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총괄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우주 데이터센터(조감도)를 구축 중인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가 곧 엔비디아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며 “구글 클라우드가 스타클라우드를 지원하고 있고,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제미나이 모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예 달 표면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곳도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론스타데이터홀딩스는 최근 책 한 권 크기의 소형 데이터센터를 우주 공간에 띄워보내 정상 작동을 확인했고, 장기적으로는 달 표면에 물리적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주’ 공간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클라우드에 따르면 지상 태양광발전은 주야간·계절·날씨 등 제약 탓에 가동률이 10~24%에 그치지만, 우주에선 밤낮없이 태양광을 받을 수 있어 95% 이상 가동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강력한 방사선 차폐, 우주 파편 충돌 위험, 천문학적인 발사·운영 비용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스타클라우드는 “하락하는 발사 비용, 다가오는 전력 수요 대란, 대규모·고전력 GPU 클러스터 수요 증가, 저비용 연결망 확산 등 4가지 흐름이 맞물려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기 먹는 하마’가 불러온 지상 위기=우주 진출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 그 자체다.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수백만 대 서버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고 동시에 돌아가며, 이들이 내뿜는 열을 잡기 위해 냉각 장치까지 ‘풀가동’해야 한다.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의 40%가 열 관리에 투입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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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와 A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30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 나아가 2035년엔 기준 시나리오(Base Case)로는 1200TWh, 고성장 시나리오(Lift-Off Case)로는 무려 1700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냉각용 물 사용량도 막대하다. 구글은 ‘2025 환경 보고서’를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가 지난 한 해에만 77억8700만 갤런(약 295억L)의 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4인 가구 약 12만 세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화석연료 고갈과 탄소중립 압박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어떻게 전력을 수급할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바닷물부터 SMR까지, 대안 절실=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첨단 기술력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신 글로벌 기업들은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대안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바다에 집어넣는 것이다. 차가운 바닷물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서버 열을 식혀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8년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앞바다에 서버 864대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지상 인력 개입 없이 25개월간 무인으로 운영한 결과, 전력사용효율(PUE) 지표는 최신식 지상 데이터센터(1.12)보다 낮은 1.07로 측정됐다.

이와 유사한 원리로 서버 전체를 바다가 아닌, 절연성 특수액체에 담가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팬을 통해 찬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기 냉각 방식을 쓰지만, 플루이드(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그는 액침 냉각은 팬이나 송풍기를 돌릴 필요가 없어 전력 소비를 약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고밀도 GPU 서버에 적합해 AI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냉각 기술로 주목된다.

전력 수급 관점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원전 기업 카이로스파워와 손잡고 미국 테네시주에 500메가와트(㎿)급 SMR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앞서 아마존도 비슷한 시기에 도미니언 에너지와 SMR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오픈AI는 2027년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는 SMR 기업 오클로에 투자했다.

◆‘전력 송전망’도 부족한 한국은=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정보기술(IT) 시장분석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올해 4461㎿에서 2028년 6175㎿로 3년 새 1.4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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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문제는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보낼 송전망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대 전력 수요는 2003년 47GW에서 2023년 94GW로 98% 늘었다. 이 기간 발전설비 용량은 56GW에서 143GW로 154% 늘어나면서 수요에 맞췄지만, 송전설비는 3만8260서킷킬로미터(c-㎞)에서 3만5596c-㎞로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도 정작 수요지로 실어나르지 못한단 얘기다. 송전망 설치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송전망 구축이 길게는 10년까지도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송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AI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차기 대한전기학회장인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미 한국은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데, 전력산업 혁신이 늦어질수록 따라잡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새 정부 공약 사항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노후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등 적절한 ‘에너지 믹스(혼합)’도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최근 “원전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준비 중이다”며 에너지 믹스로의 정책 설계를 시사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을 새로 지으려면 25년, 30년도 더 걸리기 때문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해 전력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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