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최대 448척 발주" 기대 큰데…현지엔 인력도 도크도 없어 [K조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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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가 한·미 양국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발맞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대규모 상선·군함 발주 계획을 발표하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 내 조선업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망 구축과 인력 확보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3사 삼색 진출 전략

한화오션은 현지 조선소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약 1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총 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도크 2기, 안벽 3기, 블록 조립 설비 등을 신설해, 연간 1~2척 수준에 머물던 생산 능력을 향후 20척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조선 기술도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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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 시찰을 한 뒤 방명록에 서명 후 박수를 치고 있다. 2025.08.26 대통령실사진기자단

HD현대는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는 동시에, 산업은행 및 사모펀드 서버러스와 함께 ‘미국 조선산업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투자 규모는 수십억 달러로 추정된다. 기존 인프라 확보, 기술 이전, 생산 네트워크 구축 등이 포함된 장기 전략형 투자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방산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 해군의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비 역량 확보를 위한 기술 협력과 초기 파일럿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삼성은 단독 투자뿐 아니라 현지 합작, 기술 이전, 블록 운송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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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국내 조선사들의 행보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발주 계획과 맞물려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37년까지 전략상선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군함 등을 포함해 최대 448척의 선박을 발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화의 벽, 인프라와 인력

미국의 선박 수요에도 불구하고 현지 조선 인프라는 열악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LNG 운반선의 화물창에 들어가는 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미국에는 없고, 조선용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미비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블록을 제작해 미국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물류비와 관리비 부담이 커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력 수급 문제 역시 미국 진출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현재 미국 내 조선해양공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미시간대와 뉴올리언스대 두 곳뿐이며, 숙련공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조선 빅3는 각각 1만명 내외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업체별로 수백 명 수준의 인력조차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술을 배우겠다며 들어온 현지 인력들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노동력 확보가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조선업의 인프라 부족과 인력난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과 장기적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수십 년간 조선업 기반이 붕괴되면서 설비와 기술은 물론, 인력 체계까지 사실상 단절된 상태”라며,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직업교육, 기술 이전, 인프라 복원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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