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 지나도 월급 200만원"…이래서 '쉬었음�…

본문

회사를 다녀도 돈이 든다. 하루에 식비와 교통비로 2만원씩 쓰고 월 200만원 벌어서는 택도 없다. 그냥 집에서 쉬면서 조금 더 아껴 쓰는 게 낫다

스트레스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 기대치에 비해 열악한 일자리가 정말 많다

1일 고용노동부가 대학내일에 의뢰해 ‘일 경험 있는 쉬었음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이 말한 '일터'를 떠난 이유다. 올해 들어 일을 하지도 구직을 하지도 않는 ‘그냥 쉬었음 청년’이 매달 40만~50만 명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73.6%는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이었다. 결국 일터에서의 실망이 구직 포기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본지가 관련 보고서 원문을 입수해 청년들이 왜 노동시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지를 심층 분석했다.

①왜 떠났을까? 

17567579325918.jpg

정근영 디자이너

청년들에게 퇴사 이유를 물은 결과, 30~34세는 급여와 보상에 대한 불만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33.7%). 이어 워라밸 부족(28.4%), 업무·직무 적성 불일치(24.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19~29세의 경우에는 업무·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음(31.4%)이 1순위였고, 2위는 급여 및 보상 불만족(24.8%), 3위는 워라밸과 조직문화의 문제(각 17.1%)였다. 보고서는 “경력이 있더라도 취업 전 충분한 자아 탐색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 경험 있는 쉬었음 청년’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일자리 매칭·구인 알선·실업급여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일 경험 청년을 위한 진로 재탐색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더 나은 복지 제공 이전에, 청년 세대가 일터에서 버티지 못하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단순히 ‘야근을 하기 싫다’식이 아니라고 짚었다. 성과와 무관한 불필요한 야근이 많거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결여된 데 있다고 했다.

실제 주관식 응답에서도 이러한 불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업무가 필요하다”,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단순 반복 노동만 맡았다”, “커리어를 쌓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등 업무 경험의 질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야근과 관련해서도 “예측 불가능한 야근만 없어도 좋겠다”, “굳이 출근할 이유를 모르겠다”, “일한 만큼 수당을 지급했다면 문제 없었을 것”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②왜 안 돌아올까? 

17567579328557.jpg

정근영 디자이너

보고서는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일자리의 임금 상승률이 낮아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벌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상대적 박탈감’도 키웠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대기업 평균 소득은 593만원, 중소기업은 298만원으로 약 두 배 차이를 보였다.

한 청년은 “아무리 노력해도 저렇게 (부유하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청년은 “10년·20년이 지나도 월급은 200만원이에요. 그럴 바엔 차라리 마음 편하게 아르바이트나 하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을 가진 쉬었음 청년들은 구직 대신 차라리 초단기 근로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했다. 한 청년은 “알바몬이나 당근마켓을 보고 물류센터 같은 곳에서 일급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정책적 개입 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로를 새롭게 바꾸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인식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0살을 기점으로 이 같은 불안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청년은 인터뷰에서 “이직은 보통 이전 경력을 살리거나 활용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예 경력을 다 지우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럴 기회가 없어요”라고 토로했다.

③어떤 일자리면 돌아올까

17567579331047.jpg

정근영 디자이너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최소 조건’은 높지 않았다. 희망 연봉은 2823만원, 통근 시간은 63분 이내, 추가 근무는 월평균 3.14회 수준이었다.

그러나 조직문화 측면에서는 세대 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청년들은 이와 관련 '퇴사 결심 이유'를 묻는 질문(중복 응답 가능)에 '회식 때 음주 강요'를 첫손에 꼽았다. 이어 ▶주말 근무 ▶번개 회식 강제 참석 ▶점심시간 휴식 불가 ▶연차 사용 제한 ▶눈치 보며 퇴근 등이 뒤를 이었다.

“아직도 상식 밖의 직장이 많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악취가 심하고, 따뜻한 물조차 나오지 않는 등 기본적인 근로 환경조차 갖추지 못해 퇴사한 경험을 털어놓은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는 "기성세대가 상식적이라 여기는 일자리와 MZ세대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일자리는 분명 차이가 있다"며 "이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것이 ‘쉬었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부 관계자는 “결국 기본을 지키는 일자리가 확산돼야 청년들이 일터를 떠나거나 쉬었음으로 빠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며 “특히 많은 청년들이 첫 직장을 시작하는 중소기업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청년들에게 일터와 직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50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