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EU 수장 비행기, GPS 방해 수동 착륙…“러시아 소행 추정, 새로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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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탑승한 비행기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상공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가 끊겨 수동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는 EU는 “러시아와 대리세력에 의한 일상적인 위협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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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콘스탄차 흑해 항구 인근 미하일 코갈니체누 공군기지에서 니쿠쇼르 다니엘 단 루마니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탄 비행기는 전날 불가리아 제2도시 플로브디프 공항에 접근하던 중 GPS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공항 상공을 한 시간 동안 선회한 끝에 조종사는 종이 지도에 의존해 수동으로 착륙해야 했다.

FT는 항공편 추적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같은 지역을 비행하던 다른 항공기들은 GPS 신호를 문제 없이 수신하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비행기를 특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30일부터 러시아와 인접한 최전선 EU국가들을 순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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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태운 1일 루마니아 콘스탄차 인근 미하일 코갈니체누의 미하일 코갈니체누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U 집행위 측은 “불가리아 당국으로부터, 이 사건이 러시아의 노골적인 간섭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러시아 및 그 대리세력으로부터의 일상적인 위협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FT에 “사실이 아니다”며 러시아 당국의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FT에 따르면 발트해 또는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에서 GPS 방해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동유럽 회원국 13개국이 EU에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GPS 교란은 위성신호보다 강한 전파를 발사해서 항법장치를 마비시키는 재밍(jamming)과 허위정보를 보내 위치정보를 조작하는 스푸핑(spoofing) 방식으로 이뤄진다. 원래는 군이나 정보기관이 기밀 지역을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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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31일 폴란드 오지에라니 말레 근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리티코 유럽판은 “재밍이나 스푸핑이 점차 민간 혹은 군사 작전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도 “상업 항공기들이 비행 중 방향 감각을 잃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전용기가 따로 없고 보통 회원국이 제공하는 항공기나 민간 비행편을 이용한다.

카르스텐 브로이어 독일 합참의장도 지난해 두차례 GPS 방해를 경험했다고 FT에 밝혔다. 한번은 군용기를 타고 발트해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리투아니아에서 군사 훈련을 참관하던 중 GPS 교란을 겪었을 당시엔 인근 벨라루스 영공에 러시아 정찰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이어 의장은 “러시아가 이러한 전술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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