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동지 열차 새벽 국경 통과"…이례적 실시간 보도로 존재감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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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새벽 북한 관영 매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참석을 위해 전날 전용 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최고 존엄'의 동선 문제는 경호와 보안 문제로 보통 하루 이틀 여유를 두고 공개하는데, 출발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례적으로 동선을 신속히 보도하며 존재감 띄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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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전용열차로 출발해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1시 4분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에 따라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 80돐 기념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곧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시게 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이런 심야에 보도를 내놓는 일은 흔치 않다.

이어 이날 오전 6시쯤 노동신문은 "전용 열차는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며 김정은의 방중에 "주요지도 간부들이 동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북·중 국경 지역인 단둥을 통과한 건 이날 새벽 3시쯤이다. 국경 통과 사실을 약 3시간 만에 공개할 정도로 보도를 서두른 것이다. 이후 오전 9시 5분에는 북한의 간판 아나운서 이춘히가 조선중앙TV에 나와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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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해 2일 새벽 중국 국경을 통과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전용 열차 내 집무실에는 김정은과 함께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탑승했다. 김정은은 이들을 앞에 두고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김정은이 열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최선희를 비롯해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와 대화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그러나 조용원과 김덕훈이 열차에 탔는지 혹은 환송만 하러 나왔는지는 불분명하다. 가장 관심을 끄는 딸 김주애와 부인 이설주의 동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깜짝 등장'을 연출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뒤에야 동행 사실을 밝힐 수도 있다.

이날 북한 매체가 새벽 1시를 넘겨 대외용 조선중앙통신 발표부터 띄운 건 시간대를 고려할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만약 주민에게 알리는 목적이라면 오전 6시쯤 대내용인 노동신문부터 게재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번엔 이른 새벽 대외용 매체부터 차례로 활용했다. 김정은이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 성루에 서는 장면을 반미 연대의 상징으로 연출하기 전부터 그의 동선을 시시각각 공개하며 극적 효과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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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해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와 대화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앞서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해외 방문을 대체로 하루 이상 지난 뒤에 보도했다. 김정은이 이번 방중 전 가장 마지막으로 해외를 방문했던 2023년 9월 10일 러시아 방문 때는 이틀 뒤인 12일에야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앞서 김정은은 집권 기간 총 네 번 중국을 찾았는데 1차인 베이징 방문(2018년 3월 25~28일)과 2차인 다롄 방문(2018년 5월 7~8일), 그리고 3차 베이징 방문(2018년 6월 19~20일) 때는 모두 일정 마지막 날에야 방중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가장 최근 방중 사례인 4차 베이징 방문(2019년 1월 7~10일) 때는 출발 이튿날 오전 김정은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약 3시간 전 이를 최초 보도했다.

다만 2019년 4월 24일 김정은이 새벽에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향했을 때는 당일 오전 6시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당시엔 김정은의 방러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엔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북·중이 이미 공히 밝혔던 터라 굳이 시차를 두고 사후에 공개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정은은 이날 늦은 오후쯤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TBS는 이날 오전 김정은의 열차가 선양을 통과해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BS 계열사 JNN도 이날 오전 7시쯤 선양에서 김정은의 열차가 포착됐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선양에서 베이징까지는 600㎞가 넘는데 김정은의 전용열차가 시속 50~60㎞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후 4~5시쯤 베이징에 다다를 거란 계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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