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아과 8% 흉부과 5%만 전공의 돌아왔다…지방 병원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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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의정 갈등으로 사직한 전공들의 상당수가 수련 병원으로 복귀한 1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서 환자와 방문객들이 진료 담당 주치의를 확인 하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
충청권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모집 인원 10명 가운데 단 1명만 복귀했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어 교수들이 당직을 계속 서고, 소수 전공의에게 업무가 몰릴텐데 제대로 운영될지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공의 다수 복귀에도 과목·지역 '극과 극'
하반기 모집을 통해 전공의들이 수련을 재개했지만, 26개 진료과목별 복귀율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인기과는 충원이 대부분 이뤄진 반면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과는 복귀율이 10~20%대에 그쳤다. 수도권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박경민 기자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피·안·성·정·재·영'으로 불리는 인기 과목의 선발 비율은 피부과(89.9%)·안과(91.9%)·성형외과(89.4%)·정형외과(87.2%)·재활의학과(89.5%)·영상의학과(91.5%) 등 80~90%대에 달했다. 마취통증의학과(90.7%)와 정신건강의학과(93.5%)도 90%를 웃돌았다. 이들 과는 개원 진출이 용이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내과(64.9%)·외과(36.8%)·산부인과(48.2%)·소아청소년과(13.4%)·응급의학과(42.1%)·심장혈관흉부외과(21.9%) 등 기피 과로 꼽히는 필수의료 과목은 선발 비율이 낮았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모집인원 770명 중 103명만 복귀해 최저를 기록했다.

박경민 기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도 나타났다. 수도권 수련병원의 선발 비율은 63.0%였지만, 비수도권은 53.5%에 그쳤다.
전공의들의 인기과 쏠림이 심해지면서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한 대학병원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8명 중 한 명도 복귀하지 않았다.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의 응급의학과 복귀율도 34.6%에 그쳤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필수의료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비수도권 병원의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89명 중 23명(8%), 심장혈관흉부외과는 82명 중 4명(4.9%)만 채웠다. 이형두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들마저도 수련을 마치면 서울로 올라가거나 개원을 해 대학병원에 남지 않을 수 있다"라며 "대학병원에서 중증·응급 환자를 치료할 때 소송 위험이 커 기피 경향이 심하다. 필수의료과의 명예를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선 인턴 1564명과 레지던트 6420명 등 총 7984명이 선발됐다. 이는 각 수련병원이 뽑기로 한 인원(1만3498명)의 59.1% 수준이다. 이번 선발 인원과 기존에 수련 중인 인원을 포함한 전체 전공의는 총 1만305명으로, 예년(지난해 3월 기준 임용 대상자 1만3531명) 대비 76.2% 수준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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