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목 졸리고, 돌 맞는데…직원 보호는 안 되는 청소년 보호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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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종창(37)씨는 담당하는 학생이 조금이라도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2년 전 센터 내에서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한 학생에게 목을 심하게 가격당한 이후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며 문을 걷어차고 부수는 등 난동을 피우던 학생을 진정시키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이씨가 해당 사고 이후 받은 지원은 응급실에서 “기도가 심하게 부었다”는 진단을 받고 처방받은 약 몇 봉지가 전부다.

2023년 대구청소년디딤센터 담당 학생이 센터 직원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이종창(37)씨는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상대하다보면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보호 체계는 부재하다"고 말했다. 사진 독자
고위험군 청소년과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청소년시설 직원이 위험한 업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법적 기반이 부족해 물리적·심리적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수원(39)씨는 지난해 10월 센터에서 이탈하는 학생을 차를 타고 쫓는 과정에서 학생이 던진 돌에 맞았다. 김씨는 “업무상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계속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던지거나 휘두르는 물건에 맞아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원하는 피해자의 절반가량이 청소년인 해바라기센터와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청소년 복지현장 사각지대 종사자 처우개선’ 토론회에서 전국해바라기센터 협의회 서재선 총무는 “높은 업무 강도로 발생하는 종사자들의 소진과 이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 총무는 “24시간 대기하는 근무 형태와 폭력을 직접 마주하는 업무 환경 때문에 직원들이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매일 악몽을 꾸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 협의회 이동진 공동대표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어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정작 직원들의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지원도 없고,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2일,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를 이탈하던 학생이 센터 차량을 향해 돌을 던졌다. 이로 인해 차량 유리창이 깨지고 직원들은 다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 독자
보호 청소년 시설 직원 퇴사율 20% 넘어
이러한 현실은 결국 이직이나 퇴사로 이어진다. 2023년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와 대구센터의 퇴사율은 두 곳 모두 20%를 넘었다.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에서 3년 넘게 근무한 이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입사를 했지만, 회사나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명감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이런 회의감 때문에 퇴사까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해바라기센터 또한 “석사 학위 취득, 상담원 근무 경력 등 높은 자격 기준이 요구되지만 처우는 열악해 조기 퇴사 및 이직, 신규 지원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소년시설 종사자들이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이유는 이들 시설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성문화센터와 해바라기 센터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등 관련 주요 법률에 기관 설립 및 운영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에서 열외가 된다. 고위험군 청소년을 맡는 청소년디딤센터는 별도의 예산을 마련하지 않아, 직원들은 피해 상황이 발생하면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청구해야 한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의 김씨는 “부모에게 병원비를 요청하는 형태가 민망하기도 하고, 사건 발생 보고서와 피해 보상 신청서 등을 작성하고 병원 영수증을 제출하는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직원들이 다쳐도 자비로 병원에 다녀오게 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기준에 준하는 처우 보장 필요"
중재노무사사무소 이은정 노무사는 “위험수당 및 심리상담 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공공기관 기준에 준하는 처우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처우가 개선될 때 청소년 복지의 질도 실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김진명 의원은 “전문성 있는 청소년시설 종사자들이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으며 근무하기 위해서는 고용 안정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이들 처우를 개선하는 일이 곧 청소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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