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명 숨진 피자집 칼부림…프렌차이즈 인테리어 갈등이 참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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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관악구 조원동(옛 신림8동)의 한 피자 가게에서 벌어진 3명 흉기 살인 사건이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 때문에 벌어진 정황을 경찰이 포착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숨진 피해자 3명 가운데 프랜차이즈 본사 임원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인 40대 피자가게 점주 A씨 측은 “본사 지정 업체의 인테리어 하자 보수 책임을 지지 않는 등 본사의 갑질이 심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본사 측은 “강요와 갑질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7분 조원동의 한 피자 가게에서 “칼에 찔렸다. 살려달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있던 3명은 사망했고 1명은 중상을 입은 채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피해자는 40대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인 60대 남성과 30대 딸로 파악됐다. 피의자는 피자 가게 주인으로, 피해자들을 흉기로 공격한 뒤 자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상 갈등이 있었던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피의자 A씨의 한 가족은 중앙일보와 만나 “(사건 발생 전) 본사의 갑질이 너무 심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도 너무 비싸서 힘든데 본사에서는 (가맹점 수익 등을) 너무 받아갔다. 거기에 더해 최근 1인 세트 메뉴를 새로 만들라고 본사에서 몇 번이나 찾아오고 강요했다. 이걸 만들면 인건비도 못 건지고 오히려 적자가 나는 메뉴라 A가 고통스러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인테리어를 한지 2년도 안됐는데 가게에서 누수가 발생해서 혼자 물을 퍼내느라 고생했고, 또 최근엔 타일이 다 깨져서 냉장고가 주저 앉는 하자가 발생했는데 본사에선 보수를 해주겠다고 했다가 다시 말을 바꿔서 안 해주겠다고 해서 갈등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역시 인테리어 하자 문제 때문에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와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등이 가게를 찾아왔다고 한다.

3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A씨 가족은 또 “A는 그동안 사업에 몇번 실패하고 이번 가게(피자집)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은 “A씨는 주변에 피자를 돌리곤 하는 등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고 했고, 또 다른 주민은 “이런 범행을 저지를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봤는데 기분 좋게, 평범한 인사를 나눴다.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인테리어 업체 선정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사가 강제하지 않는다. 어떤 업체를 선택할 지 모르는 점주가 계실 때 두세 곳 견적을 받아서 (추천을) 드린다. 점주님이 직접 선택하고 계약하는 식이고 관련해서 10원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업장에선 최근 누수와 타일 깨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런데 2년 가까이 된 매장이라 당시 인테리어를 했던 쪽에서 유상 AS가 가능하다고 얘기를 해서 갈등이 벌어진 것 같다. 본사가 빨리 해결해 달라는 점주의 요청이 있어서 저희 임원이 중재를 하러 갔다가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1인 세트 메뉴 강요 주장에 대해서도 “배달주문이 아니면 판매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가를 올리는 메뉴 구성을 제안한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 새로운 메뉴를 제안하는 건 본사의 당연한 의무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런 세트 메뉴를 선택한 매장도 40개밖에 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있는데 점주께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강요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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