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동반성장, 전략이 아닌 '철학'입…
-
5회 연결
본문
고윤주 LG화학 CSSO 전무 인터뷰

고윤주 LG화학 CSSO 전무는 “CSR팀은 기업의 성장동력과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핵심 부서”라고 강조했다. 김용재 기자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리키는 용어다. 사회공헌 활동, 기부, 자원봉사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담당하는 곳이 CSR팀이다.
기업 내부에서 CSR팀에 대한 인식은 대개 둘 중 하나다. ‘좋은 일’하는 부서, 혹은 ‘돈 쓰는’ 부서. 생산을 하거나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조직이 아니다 보니 눈치도 많이 보고 입지도 약한 편이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깎이는 것도 사회공헌 예산이다.
지난달 13일 여의도 LG화학 본사에서 만난 고윤주(57) CSSO 전무는 정반대로 말했다. “CSR팀은 좋은 일 하는 부서도 돈 쓰는 부서도 아닙니다. 기업의 성장 동력과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핵심 부서죠.”
- LG화학의 CSR팀 이름이 ‘글로벌CSR팀’으로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 “제가 작년에 LG화학 CSSO(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로 취임한 뒤에 이름을 바꿨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국내 사업장에만 국한될 순 없으니까요. 특히 LG화학은 매출의 70%가 해외시장에서 나옵니다. 글로벌 기업이죠.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죠.”
- 해외로 CSR을 확장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 “예를 들어 배터리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 광물을 채굴해야 하는데, 일부 생산지에 ‘아동노동’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들이 있어요. 이걸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추적해야 합니다. 직접 현장도 가고, 협력사에 서약서도 받고, 그보다 더 아래에 있는 2차, 3차 공급망까지 확실히 챙기겠다는 뜻입니다.”
- CSR팀을 주요 부서로 생각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어요.
-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영향력과 동시에 책임도 함께 생겨나죠. 과거에는 기업들이 이 책임을 외면하고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책임, 다양성과 인권에 대한 존중 등 사회문제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은 이제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담당하는 CSR팀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부서입니다.”
- 글로벌CSR팀이 운영하는 ‘대담해’라는 유튜브 채널도 화제인데요.
- “CSR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채널입니다. 다문화, 마음건강, ESG 등 공익을 주제로 전문가와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죠. 임직원들이 ‘대담해’를 통해 사회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글로벌CSR팀의 업무를 이해하게 됐다는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고윤주 전무는 “LG화학 CSR의 중심에는 ‘동반성장’이라는 큰 철학이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이 철학은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상생과 책임을 실천하고자 하는 글로벌CSR 선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동반성장을 전략이 아닌 ‘철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뭔가요.
- “LG화학의 협력사가 국내에만 1000여곳이 있습니다. 해외에는 더 많아요. 우리 혼자서는 제품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협력사와 함께 만들고 시장도 함께 개척해야 하죠. 동반성장은 우리 기업이 존재하는 한 지속해야 하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 동반성장으로 상도 받았다고요.
- “동반성장위원회가 진행하는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9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어요. LG화학의 동반성장 철학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이죠. 협력사를 단순 계약관계가 아닌 공동 성장의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대우한 게 핵심입니다.”
- 협력사와 신뢰 관계는 어떻게 구축하나요.
- “간단합니다. 거래를 공정하게 하면 됩니다.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합당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거죠. 동반성장에 대해 형이 아우를 도와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단순한 개념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고 서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셰어하는 게 동반성장입니다.”
-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에는 어떤 게 있나요.
- “펀드를 두 개 운영하는데요. ‘ESG펀드’와 ‘상생펀드’입니다. ESG펀드는 협력사가 친환경 설비, 에너지 절감 등 ESG 역량을 키우는데 투자하도록 시중 금리보다 낮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줍니다. 상생펀드는 연구개발, 해외 진출 등 전반적인 성장을 돕는 자금이에요. 둘 다 1000억원 규모로 운용됩니다.”
- 비용이 꽤 많이 드는 일이네요.
- “왜 저리 대출을 해주느냐, 비용을 쓰느냐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반성장은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일입니다. 협력사가 잘 성장하면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 당장은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 “저희가 하는 것 중에 ‘에너지 동반성장’이라는 게 있어요.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탄소발생량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탄소를 줄여도 협력사가 부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제품 전체 탄소량이 높아져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줄이는 법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거나 친환경 설비에 투자할 수 있게 지원해 줍니다. 결국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죠. 동반성장은 같이 역량을 강화해서 같이 성장을 하는 것입니다. 자선사업과 달라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공동 대응입니다.”
고윤주 전무는 “동반성장을 비롯한 CSR 활동이 앞으로 모든 기업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동반성장의 의미와 가치를 LG화학 안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회에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