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국내 최초로 만나요, 태평양에서 태어난 오세아니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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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 숙제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 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한 특별전을 통해 생소한 오세아니아 문화유산을 만나봅니다.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배경, 해외여행·관광지로 익숙한 하와이·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광활한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오세아니아’ 지역에 속한다는 것. 오세아니아는 2만5000여 개의 섬과 14개 독립국 등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땅덩이는 가장 작지만 가장 큰 바다를 아우르기에 ‘대양주(大洋洲)’라고도 한다. 이곳엔 약 6만5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며 수많은 섬에서 다양한 종족과 언어,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과 공동으로 특별전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이하 ‘마나 모아나’)을 기획, 18~20세기의 유산 171건과 현대 작가 작품 8점을 통해 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권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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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네시아 예술은 신과 신화 속 영웅, 자연의 힘, 신이 만든 최초의 인간을 주제로 한다. 라파 누이 조각상과 조상의 영혼이 깃든 인간 모습 조각상, 신성한 힘을 지닌 최초의 인간 ‘티키’ 조각상(왼쪽부터).

전시가 열리는 특별전시실 초입에는 오세아니아인들이 항해에 사용한 카누와 바다 풍경을 영상으로 나타냈다. 전시를 기획한 백승미 학예연구사(이하 연구사)는 “전시에 실사로 영상을 구현한 것은 처음”이라며 “관객들에게 항해하는 경험을 주면서 오세아니아인들의 삶의 터전인 ‘대양’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전시 1부는 이름 그대로 그들이 별과 바람과 파도를 읽고 방향을 찾으며 이룩한 ‘물의 영토’와 그곳에서 펼쳐진 문화를 다루며, 2부 ‘삶이 깃든 터전’과 공간을 공유해 마치 섬처럼 흩어져있는 유물들을 탐험할 수 있다.
바다를 길로 삼아 이동하고 정착한 오세아니아인들의 수천 년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정교한 항해술은 레벨립 또는 메도라고 불린 항해용 지도로 엿볼 수 있다. 지도를 이룬 나무막대는 해류, 조개껍데기는 섬의 위치, 중간중간 구부러져 곡선을 그리는 나무막대는 파도의 굴절을 나타낸다. 파도와 해류로 바다를 해석하는 항해 전문가인 마셜제도의 ‘리-메토’가 만든 것으로 축적된 항해 지식을 기억하고 전하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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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푸카푸카섬에서 사용했던 카누를 관찰하는 김이재·황지유·김태린(왼쪽부터)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카누 장식부터 삼지창·곤봉·방패 같은 무기와 의례에 사용한 가면·부적 등을 찾아다녔다. 섬마다 다른 자연에 적응하며 이동·정착한 오세아니아인들은 바다와 숲은 물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카누와 노에도 신과 정령, 조상의 힘이 깃들었다 믿으며 자연과의 연결을 중시했다.
어린아이 키만 한 ‘타우라파’는 마오리족의 전쟁 카누 ‘와카 타우아’의 뒷부분을 장식했다. 타우라파 윗부분의 소용돌이는 하늘 신 아버지 랑기누이와 땅의 신 어머니 파파투아누쿠를, 긴 장식은 세상의 질서와 생명력을, 아랫부분은 선원의 수호신을 표현한 것으로, 카누에 탄 이들이 조상과 신화와 공동체와 깊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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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장식은 물품 교환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의 카누 장식, 파푸아뉴기니 산다운주 또는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에서 사용한 카누 장식, 아스맛족의 카누 뱃머리 장식 ‘치 체멘’.

영험한 힘을 가진 마루파이 부적, 돼지 이빨 장신구, 조상을 상징하는 신성한 갈고리를 지나 땅을 들어올린 신화 속 악어의 형상도 만났다. 물속에서 악어가 꼬리를 흔들자 땅이 솟아나 정착할 수 있었다는 이아트물족의 신화가 흥미롭다. 전사의 방패에는 영혼이나 초자연적 힘을 표현하는 특별한 기호를 그려 넣어 보호뿐 아니라 신호를 보내는 역할도 했다.
황지유 학생기자가 백 연구사에게 “영화 ‘모아나’가 오세아니아 문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전시 제목의 모아나와 같은 뜻인지” 묻자 김태린 학생기자도 “제목에 ‘신성한 바다의 예술’이라는 표현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봤다. “ ‘모아나(moana)’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하며 전시 제목도 영화 제목도 마찬가지”라고 한 백 연구사는 “영화 ‘모아나’는 오세아니아를 소재로 고증도 꽤 잘해서 전시를 보면서 영화에서 본 것과 비슷한 형태의 유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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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한 백승미 학예연구사(맨 오른쪽)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오세아니아 문화에 대해 알려줬다.

“폴리네시아어로 ‘마나(mana)’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으로, 오세아니아인들은 자연 재료로 물건을 만들면 자연이 가진 마나와 사람이 가진 마나가 더해진다고 생각했죠. 거친 바다를 다니기 위해서는 마나가 많이 필요하다고 여겼고요. 신성한 마나가 가득한 바다, 즉 모아나를 연결해 ‘마나 모아나’란 제목을 만든 거예요. 항해하다 육지를 발견하면 새 터전으로 삼으며 살아온 오세아니아 문화는 바다를 중심으로 하고, 여기서 비롯한 유물들을 모았으니 신성한 바다의 예술이란 부제를 붙였고요. 마나를 이해하면 오세아니아 문화유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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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눈여겨본 ‘마나 모아나’ 문화유산

‘마나’와 마나를 지키는 금기 ‘타푸(tapu)’는 3부 ‘세대를 잇는 공간’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과거는 눈앞에, 알 수 없는 미래는 등 뒤에 있다고 생각한 폴리네시아 사람들에게 시간은 순환적인 것으로 세대 간의 기억이 끊임없이 공유되는 흐름이다. 조상 숭배와 신화, 마나와 타푸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시간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살펴보는 3부에선 연옥으로 만든 목걸이 ‘헤이 티키’가 시선을 끈다.

헤이 티키는 마오리족에게 혈통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전설 속 최초의 인간이자 조상이며 신성한 존재인 ‘티키’를 형상화한 것이다. 헤이는 ‘목에 걸다’는 뜻으로, 헤이 티키를 착용한 사람은 명예와 권위의 마나를 갖게 되고 생명력과 조상의 기억 ‘마우리’를 품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여성은 임신·출산 때, 남성은 전쟁에 나설 때 착용하며 신의 보호를 빌었고,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줬다.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을 담아 조상과 연결된 존재란 점에 착안한 사진작가 피오나 파딩턴의 ‘헤이 티키의 계보-레벌레이션 2002’와 함께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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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에서 춤은 인간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잇는 매개체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춤 광장에서 열린 의식에 사용된 북·피리 등을 살펴봤다.

“아까 지도에도 문자는 없었는데, 문자나 언어를 다루는 유물이 있는지, 스포츠나 놀이문화 관련 유물은 뭔지 궁금해요.” 김이재 학생기자의 말에 백 연구사는 “오세아니아에는 굉장히 많은 부족이 있고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천여 개를 훌쩍 넘는다”고 운을 뗐다. “예를 들어 뉴기니의 생명줄이라고도 하는 세픽강 유역에 사는 여러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200~300개에 달하죠. 오세아니아에선 문자 대신 형태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고, 비언어적 문자로 표현하는 게 특징이에요. 타투 등의 문양 하나하나에도 다 의미가 있죠. 서양의 알파벳이 들어온 뒤엔 이를 활용하기도 하고요. 딱 이게 스포츠다, 놀이다 하기 어려운데 예로부터 행하던 의식이나 축제가 현대에 와서 스포츠·놀이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게 번지점프죠. 원래는 바누아투 원주민들의 성년 의식이자 풍년을 기원하며 줄 하나 묶고 뛰어내리는 행사였어요.”

폴리네시아에서 족장은 신의 후손으로 여겨졌다. 권위는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신성과 혈통에 근거했고, 족장은 타푸를 지켜야 했다. 백 연구사는 “족장은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마나가 머무는 공간인 머리를 땅에 닿게 하면 안 됐어요. 음식도 맘대로 집어 먹을 수 없었죠”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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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으로 만든 신성한 목걸이 ‘레이 니호 팔라오아’.

티키가 새겨진 의식용 부채 ‘타히이’, 머리카락으로 만든 신성한 목걸이 ‘레이 니호 팔라오아’, 마나를 보호하는 머리받침 ‘칼리’를 둘러본 태린 학생기자가 “오세아니아 사람들에게 장신구는 어떤 의미였나요” 물어봤죠. “장신구는 섬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전통을 담고 있으며, 자연과 조상을 잇는 매개이자, 착용한 사람의 위치와 정체성·뜻을 표현하는 일종의 언어였어요. 장신구를 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할지 알려주는 거죠. 어떤 자리에서 어떤 장신구를 하느냐도 중요했어요. 전시 4부에 돌고래 이빨과 코코넛 섬유로 만든 머리 장식 ‘페우에 코이오’가 있는데, 하는 순간 돌고래의 마나를 갖게 돼 자연과 연결되고 이를 만든 사람의 마나도 흡수한다고 생각했죠.”

제4부 ‘섬…그리고 사람들’에서는 장신구와 공예를 통해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미적·상징적 관계를 탐구하며 오세아니아 예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자개·깃털·고래 이빨 등으로 만든 팔찌·목걸이·허리띠 등은 탄생부터 성인식·장례·전쟁 등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하며 대를 이어 내려와 현대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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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닮은 모래시계 모양의 북. 춤출 때 손에 들고 연주하는 북으로 파푸아뉴기니 전역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악기 중 하나다.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도 이름 들어봤을 피카소·고갱·마티스 등 많은 예술가가 오세아니아 문화의 영향을 받았어요. 어렵게 바다를 건너 발견한 소중한 땅이니만큼,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뭐든 함부로 하지 않았어요. 나무를 벨 때도 미안해하며 너의 영혼은 우리가 잘 지키겠다는 의식을 치르고 기도했죠. 이렇게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많은 교훈을 줍니다.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며 전 세계에 자연보호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하고요. 이번 특별전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하면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건데요. 흥미로운 일화가 있죠. 전시 제목을 ‘마나 모아나’라고 붙였는데, 준비하면서 뉴질랜드·태평양 예술가 단체의 이름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조심스럽게 연락하니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조상으로부터 전해오는 중요하고 신성한 이름이니 많이 알리고 사용해달라고 응원해줬죠. 이 또한 오세아니아의 예술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매개체임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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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의 문화를 한껏 즐긴 뒤 하와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손 인사 ‘샤카(shaka)’ 사인을 해본 황지유·김태린·김이재(왼쪽부터) 학생기자.

이재·태린 학생기자는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고 준비하게 됐는지” “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를 알려주는 전시인데 관람객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했다.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은 루브르·오르세·퐁피두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박물관이에요. 특히 비서구 문물을 중심으로 해 중요한 유물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죠. 오세아니아 유물도 많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외국 박물관과 협업할 경우 몇 년씩 회의하고 준비하는데요. 본격적인 진행 과정은 1년 정도 걸렸죠. 관람객 반응은 좋은 편이에요. 전시 12주차를 넘기며 5만 명 이상이 ‘마나 모아나’를 보러 오셨답니다. 전시물 설명에 딸린 QR코드를 이용한 오디오가이드, 전시실 곳곳 질문 패널을 활용하면 좀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마나 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기간: 9월 14일(일)까지
장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2
관람시간: 월·화·목·금·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토 ~오후 9시(30분 전 발권·입장 마감)
입장료: 성인 5000원, 어린이·청소년 3000원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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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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