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더버터] 재즈처럼 연주하는‘개방형 사회혁신’
-
5회 연결
본문
혁신 칼럼

김정태 MYSC CEO
“앞으로 승리하는 조직은 여러 재즈 앙상블의 집합과 같을 것이다.” BCG 전 CEO 존 클락슨의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오케스트라는 악보와 지휘자가 중심이지만, 재즈는 상황과 호흡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 사회혁신 역시 점점 재즈를 닮아가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메트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과 MYSC는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 실현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세션을 열었다. 기업, 정부, 스타트업이 경계를 넘어 문제를 정의하고 자원을 연결해 실행하는 이 방식은 완벽한 계획보다 즉흥성과 협력으로 해법을 찾는다.
세션의 대표 사례인 ‘마인드 기프트(Mind Gift)’는 중증 질환자 가족의 정신건강 위기에 주목한 사업이다. 지휘자 없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개방형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단은 중앙사회서비스원과 협력해 100명의 참여자를 모집했고, 스타트업 야타브엔터가 개발한 가상 상담 공간 ‘메타포레스트’에서 전문 상담을 제공한다. 황애경 메트라이프재단 이사는 마인드 기프트 시작 요인으로 사회문제 정의에 대한 공감대, 열린 소통,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꼽았다.
재즈에서 즉흥성은 임시방편이 아닌 최고의 역량이다. 정해진 악보가 없을 때조차 연주자들은 서로의 소리에 반응하며 새로운 음악을 창조한다. 세계적 학술지 Journal of Small Business Management도 ‘용기’, ‘민주적 소통’, ‘맥락 이해’, ‘빠른 학습’을 협력적 혁신의 요인으로 꼽는다. 이는 ‘함께 일하기’를 넘어 ‘함께 창조하기’로 나아가는 길이다. 기업가정신 이론가 사라스 사라스바티는 목표보다 수단에서 출발하라고 조언한다. 완벽한 재료를 사는 대신 냉장고 속 재료로 요리를 시작하는 것처럼, 지금 가진 자원으로 ‘작은 실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MYSC 장은희 그룹장은 개방형 혁신을 단체 레고 놀이에 비유했다. 각자의 블록을 모아 함께 조립하면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놀라운 작품이 완성된다. 혁신은 정교한 설계도가 아닌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다. AI에게 묻는다면 ‘마인드 기프트’ 같은 해법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메트라이프, 중앙사회서비스원, 야타브엔터가 만나야 하는 이유와 즉흥적 협력의 가치는 인간만의 공감과 상호작용에서 탄생한다. 재즈 같은 이 혁신의 선율이야말로 AI가 알려줄 수 없는, 그래서 우리가 더욱 집중해야 할 사회혁신의 미래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