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지금 꼭 챙겨 봐야 할 럭셔리와 아트의 만남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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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시작되자마자 서울이 예술로 뜨거워졌다. 예술에 진심인 럭셔리&하이엔드 브랜드들의 활동이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는 물론이고, 브랜드들이 공들여 준비한 이벤트는 하나도 놓치기 아쉽다. 이와 함께 지금 주목해야할 럭셔리&하이엔드 시장의 최신 뉴스까지 준비했다.

2025 예올X샤넬 프로젝트에서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된 박갑순 지호장(오른쪽), '젊은 공예인'으로 선정된 이윤정 작가. 사진 샤넬
▶샤넬 x 예올, 올해의 장인에 지호장 박갑순 선정
예올 X 샤넬 프로젝트가 ‘2025 올해의 장인’에 지호장 박갑순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엔 금속공예가 이윤정을 선정했다.
재단법인 예올과 샤넬은 2022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매년 이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그 네 번째 해로, 전통 공예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조명하며 꾸준히 한국 공예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박갑순 지호장은 한지와 풀을 섞어 종이죽을 만든 뒤 틀에 겹겹이 입혀 생활용품을 빚어내는 전통 지호 공예를 계승해왔다. 낡은 고서와 자투리 한지를 되살려내는 업사이클링 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민화 속 동·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기물을 선보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를 담았다.
젊은 공예인 이윤정은 금속이라는 소재를 새롭게 탐구해온 작가다. ‘못’ 같은 작은 개체를 주제로 삼아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주석으로 제작한 가구를 선보인다. 금속의 단단한 속성 속에 유연하고 부드러운 감각을 불어넣어, 쓰임새에 따라 길드는 금속의 변화를 보여준다.
샤넬은 장인정신을 핵심 가치로 삼는 브랜드로서, 전통 공예의 계승과 발전을 지원하는 예올의 방향성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 예올 관계자는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지호 공예를 알릴 수 있어 보람이 크다”며, “잊혀가는 전통이 현대인의 삶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새로운 전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두 장인의 작품은 오는 10월 11일까지 서울 북촌 예올 한옥에서 열리는 전시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Nature, As It Is)’에서 만날 수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 라인 2. 사진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로운 실험
메종 마르지엘라가 새로운 넘버링 ‘라인 2(Line 2)’를 공개했다. 브랜드 최초의 비물질적 라인으로, 기존 숫자 라벨 체계에 ‘무형의 제품(Intangible Products)’ 개념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라인 2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전시와 공연, 토크, 캠페인 등 다양한 협업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브랜드는 단순한 패션 하우스를 넘어 문화와 예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패션을 넘어 미술·음악 등 여러 분야의 창작자와 협업하는 무대를 새롭게 열고, 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실험적 장을 마련하는 셈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시각 예술가 정희민과 사운드 아티스트 조율이 함께한 설치 전시 ‘엘스웨어, 레마, 오픈 토르소(Elsewhere, Rhema, Open Torso)’다. 제목은 ‘다른 공간, 말씀, 열린 몸통’으로 해석되며, 두 작가는 메종의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 테마 ‘러브드 투 데스(Loved to Death)’에서 출발했다. ‘죽기까지 사랑한다’는 개념을 몸과 공간, 감각의 관계로 풀어내며, 조각과 소리를 매개로 타인과의 연결을 탐구한다. 라인 2 프로젝트의 첫 전시는 이렇듯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물며, 브랜드가 강조해온 실험성과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월 3일부 28일까지 서울 한남동 메종 마르지엘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다.

생로랑이 프란시스코 클레멘테에게 의뢰해 탄생한 초상화 시리즈가 한국에 왔다. 사진 생로랑.
▶생로랑, 클레멘테의 초상화가 전하는 시선
생로랑이 올가을 현대 미술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의 초상화 시리즈를 서울로 옮겨왔다. 이번 전시는 생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가 2025년 여름 캠페인을 위해 의뢰한 것으로, 초상화 속에는 감각적인 색채와 시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내면의 풍경이 깃들어 있다. 바카렐로는 2016년부터 생로랑을 이끌며 패션을 넘어 예술과 깊은 교감을 이어왔다.
클레멘테는 로마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인도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해온 작가다. 그는 1970년대 말 이탈리아 회화 운동 트랜사방가르디아(Transavanguardia)의 대표적 인물로, 당시 개념 중심으로 차갑고 이성적으로 흐르던 미술에 반발하며 다시 감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림으로 회귀하자는 흐름을 주도했다. 이번 초상화 시리즈는 총 4점으로 수채와 파스텔 기법을 활용해 배우 조 크라비츠와 이자벨라 페라리, 모델 페넬로페 터네스와 아주스 사무엘의 내면을 부드럽고도 강렬한 색채로 드러낸다.
생로랑은 매년 프리즈 시즌을 전후해 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정체성을 확장해왔다. 2022년에는 숯을 소재로 회화·설치·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선보여온 이배 작가와의 협업 전시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엔 케링 그룹을 이끄는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현대미술 아카이브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을 소개하는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전시를 후원했다. 피노 컬렉션은 루이즈 부르주아, 제프 쿤스, 다카시 무라카미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 1만여 점을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으로, 생로랑의 문화적 정체성과 깊이 맞닿아 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9월 14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갤러리아 웨스트 부티크 쇼윈도.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 유산 품은 새로운 공간
에르메스가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의 리오프닝과 함께 새로운 매장을 공개했다. 이번 매장은 에르메스가 강조해온 장인정신과 현대적 감각을 공간으로 풀어낸 새로운 시도다.
외관은 한국 전통 단청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아노다이징 처리된 금속 스트라이프와 트롱프뢰유(trompe l’oeil, 착시 효과) 기법으로 완성됐다. 역동적인 리듬을 느낄 수 있는 파사드를 지나면, 내부는 케이팝 문화에서 착안한 파스텔 톤과 네온 컬러가 대담하게 대비되며 활력 넘치는 공간을 만든다.
매장 내부는 16개 메티에(제품군)를 아우르는 다양한 컬렉션으로 구성됐다.남성·여성복, 가죽 제품, 주얼리와 워치, 홈과 승마 컬렉션 등이 파스텔 톤 테라조와 조약돌 카펫 등 맞춤형 오브제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이번 매장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씨테 데 메티에 에르메스와 뉴욕 매디슨 애비뉴 플래그십 등 에르메스의 주요 공간을 설계한 파리 건축 에이전시 알디에이아이(RDAI)가 설계했다. 감각적 공간 구성에 탁월한 이들은 이번엔 한국 장인 권중모 작가의 조명, 실크 벽면, 한지 작업 등 한국 전통 공예의 감성과 디테일을 활용해 공간의 품격을 높였다. 또한 쇼윈도 디스플레이는 한국 작가 이미주가 맡아 올해의 테마 ‘드로잉, 창작의 시작(Drawn to Craft)’을 해석해, 일상적 소재를 시적이고 입체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루이 비통의 첫 화장품 라인 '라 보테 루이 비통'을 선보이고 있는 도산 팝업 스토어. 사진 루이 비통
▶루이 비통, 아름다움을 새로 쓰다
루이 비통이 국내 첫 뷰티 컬렉션 ‘라 보떼 루이 비통(La Beauté Louis Vuitton)’을 출시했다. 강렬한 색채 감각과 혁신적 발상으로 ‘뷰티 아티스트’라 불리는 영국계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 브랜드의 색을 구현했다. 이번 컬렉션은 립스틱 ‘LV 루즈’ 55종, 립밤 ‘LV 밤’ 10종, 아이섀도 팔레트 ‘LV 옴브르’ 8종으로 구성됐다.
제품 케이스는 독일 출신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맡았다. ‘체어 원(Chair_One)’ ‘메이데이 램프(Mayday Lamp)’로 잘 알려진 그는 산업적 소재를 활용한 실험적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번엔 뷰티 전용 트렁크와 가죽 소품까지 함께 디자인해 루이 비통의 철학과 유산을 재해석했다.
첫 캠페인은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과 영화감독 다미앙 크리스가 참여해 메종이 지향하는 여성성과 강인함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어 9월 1일부터는 서울 청담동 도산 스토어에 3층 규모의 팝업 스토어를 열어 컬렉션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팝업 공간은 거대한 거울과 빛의 구조물을 활용해 시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했으며, 벽면에는 대담한 색채와 메종의 로고가 어우러져 마치 패션 쇼 무대처럼 꾸며졌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초박형 시계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초박형 시계의 유산을 잇다
설립 270주년을 맞은 바쉐론 콘스탄틴이 새로운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말 공개된 모델은 케이스 두께가 8.1㎜에 불과한 오버시즈(Overseas)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2종이다. 핑크 골드 케이스에 같은 톤의 다이얼을 매치한 버전과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버건디 래커 다이얼을 더한 버전으로 구성됐다. 브랜드의 앰블럼인 말테 크로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오버시즈는 스포티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컬렉션으로, 남녀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케이스에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자체 제작한 셀프 와인딩 칼리버 1120 QP/1이 탑재돼 있다. 2100년까지 날짜를 자동 계산해 알려주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달의 위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무브먼트다. 276개의 부품으로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면서도 두께가 4.05㎜에 불과해 브랜드의 초박형 기술력을 입증한다. 브레이슬릿은 케이스와 같은 소재로 만들었다. 단, 색이 다른 고무 스트랩 2개가 함께 제공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발렌티노의 신임 최고경영자 리카르도 벨리니. 사진 발렌티노
▶신임 CEO 맞은 발렌티노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발렌티노가 9월 1일 리카르도 벨리니(Riccardo Bellini)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맞았다. 벨리니는 메종 마르지엘라와 클로에의 CEO를 역임했고, 디젤과 프록터앤갬블(P&G)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발렌티노를 소유한 투자회사 메이훌라(Mayhoola) 전무이사로 활동하며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장기적 가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이끌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과 벨리니의 경영 전략이 결합하면서 발렌티노는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발렌티노 회장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는 “리카르도의 합류로 브랜드 성장 궤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그의 경험과 리더십이 메종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벨리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훌륭한 팀과 함께 브랜드의 미래를 써 내려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티파니의 US 오픈 팝업 현장. 사진 티파니
▶테니스·럭셔리 잇는 티파니의 US 오픈 팝업
188년 역사의 하이주얼리 하우스 티파니가 2025 US 오픈을 맞아 뉴욕 USTA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 팝업을 선보이고 있다. 티파니는 3년 연속으로 US 오픈과 협업하며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장인정신, 창의성을 대중과 공유한다. 이번 팝업 전시는 대형 티파니 블루® 테니스공과 남녀 단식 챔피언십 트로피가 전시돼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하드웨어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하드웨어 바이 티파니(HardWear by Tiffany) 커스텀 테니스 라켓’도 공개됐다. 약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라켓은 24K 골드 도금 테니스공(약 7캐럿 다이아몬드 장식)과 함께 전시돼 뉴욕 특유의 재치와 화려한 감각을 드러낸다. 팝업에선 메타 AI와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체험존도 운영된다. 체험자는 테니스 선수가 되어 코트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 이미지로 받아볼 수 있다. 이번 팝업 전시는 9월 7일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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