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법체류도 아닌데…美 현대차-LG 공장서 한국인 300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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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450명이 체포됐다.
5일 미국 법무부 산하 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 애틀랜타 사무소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의 ‘현대 메가 사이트(Hyundai Mega Site)’ 배터리 공장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 45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인원에는 한국인 300명도 포함됐다. ATF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관계 기관과 함께 대규모 이민법 집행 작전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올린 사진에는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사법 당국 요원의 통솔 아래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미국 법무부 산하 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는 이민세관단속국(ICE) 등과 함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약 450명의 불법 체류자를 체포함으로써 지역 사회 안전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X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단속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HL-GA 배터리 컴퍼니 건설 현장에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체포된 한국인은 대부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소속 팀장급 이상 직원들로 주로 B1(비즈니스) 혹은 ESTA(전자여행허가) 비자를 발급받고 현장에 출장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출장자’ 신분이었지만, 실제로는 공장 초기 설비 설치와 생산 준비 업무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단속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이 들이닥쳐 불법이민자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현지 매체 WSAV는 미 이민 당국이 수백대의 사법경찰 차량과 대형 버스 등을 동원했다고도 보도했다. ICE와 HSI는 수색 과정에서 공사장 인근에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다는 첩보에 따라 단속을 벌이던 중 비자 목적에 어긋나는 활동을 하던 한국인 출장자들을 발견해 함께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직원과 협력사 인원들의 안전과 신속한 구금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과도 적극 협조하고 통역 및 변호사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파악 중”이라고 했다. 해당 공장은 지난 2023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10조원을 투자해 짓기 시작했다. 오는 2026년부터 연간 30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배터리셀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건설 중이다.
ICE의 한국인 체포는 2020년 SK온의 조지아 공장 체포 사건과 비슷한.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의 직원들이 비자 발급을 빠르게 받기 어려워 우선 ESTA 비자로 출장을 갔다가 불법 취업자로 몰리고 있다. 당시에도 ICE는 ESTA 비자로 입국한 한국인 근로자 13명을 불법 취업 혐의로 체포했고, 공항에서는 추가로 33명의 한국인 입국이 거부되며 강제 송환되기도 했다.
당시 공화당 소속 더그 콜린스 하원의원(조지아주)은 “한국 기업들이 지역 주민 대신 자국민을 불법 고용하고 있다”며 ICE와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전면 조사를 요청했다. SK는 이후 현장 근로자의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현지 고용 확대 방안을 마련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 현대차그룹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현지에서 취업 비자(H 비자 등)를 발급받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일부 기업이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ESTA나 B1 등으로 출장자를 급하게 투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 목적에 맞지 않는 활동 여부가 단속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정부 간 조율과 제도 재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 공장을 계획 중인 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단기 출장이라도 체류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 속도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조지아·루이지애나·텍사스·애리조나 주 등에 자동차·배터리·가전·반도체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거나 추가로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10억달러(약 29조원)을 미국에 투자해 자동차·철강·물류·에너지 등에 투자하기로 했고,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 기업들이 발표한 미국 직접투자 금액만 1500억 달러(208조5700억원)에 이른다. 이날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투자를 독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전 예고 없이 단속이 이뤄지는 건 이례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관세 불확실성에 이어 또 다른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출범 이후 불법 이민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ICE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200일간 체포된 불법 이민자는 약 35만9000명, 이 가운데 약 33만2000명이 추방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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