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흙수저’ 英부총리, 14억 아파트 세금 7500만원 덜 내 결국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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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차량에서 내리는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앤절라 레이너(45) 영국 부총리 겸 주택지역사회 장관이 부동산 취득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 끝에 5일(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

레이너 부총리는 이날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제출한 사직서에서 “최근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가장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실수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레이너 부총리를 지지해온 스타머 총리는 사직서를 수리하며 “믿을 만한 동료이자 진정한 친구”라며 “당신을 이렇게 정부에서 잃게 돼 대단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레이너 부총리는 노동당 부대표직에서도 함께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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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가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북서부 그린녹 아트 센터에서 연단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이너 부총리는 지난 5월 지역구인 광역 맨체스터에 있는 본가 외에 남부 휴양 도시 호브에 80만 파운드(약 14억9400만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가 인지세 4만 파운드(약 7500만원)를 덜 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지역구 자택 지분을 가족 신탁에 매각하고 이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 실수로 인지세를 덜 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자진해서 고위 공직자 규범 자문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날 로리 매그너스 공직자 규범 자문위원은 스타머 총리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레이너가 장관들에게 요구되는 행동 강령을 위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레이너 부총리는 즉시 사의를 표명했다.

스타머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될 만큼 입지가 탄탄했던 정부 2인자의 퇴진은 스타머 정부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이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발생한 장차관급 인사의 여덟 번째 사임이자 최고위직의 사퇴라고 지적했다.

레이너 부총리는 영국 정치권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생계를 위해 16세에 중퇴하고 아이를 낳았으며 돌봄 노동자로 일하다 노조 지도부로 활동했다. 이어 2015년 총선에서 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애슈턴-언더-라인 지역구에서 183년 만의 첫 여성 의원으로 하원에 입성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2017년 37세에 할머니가 됐고 2022년 노동당 부대표에 이어 지난해 7월 부총리에 올랐다.

레이너 부총리는 경제 성장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정부에서 주택정책을 총괄하며 150만 가구 신설 등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과 호탕한 성격으로 논란도 잦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었다.

한 노동당 하원의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임이든지 타격이지만 앤지(레이너의 애칭)의 사임은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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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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