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루이 비통에 구찌까지, 청담동에 모이는 명품 브랜드 식당들...청담 미식 시대[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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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청담 사거리까지 이어진 ‘청담 패션 거리’는 세계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어 ‘명품 거리’라고도 부른다. 명실상부한 패션의 성지이지만, 조만간 여기에 미식 카테고리가 추가될 예정이다. 올가을 새롭게 문 연 루이 비통 카페와 구찌의 레스토랑이 색다른 미식 경험의 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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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형태의 도서관 인테리어와 아치 모양을 적용한 출입구, 바 뒷편의 ‘스피릿 월’이 인상적인 르 카페 루이 비통. 사진 루이 비통

가볍고 우아한 미식...‘하이엔드 스내킹’ 내세운 루이 비통

지난 9월 1일,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에 ‘르 카페 루이 비통(Le Café Louis Vuitton)’이 공식 오픈했다. 같은 자리에서 루이 비통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최정상 셰프와 협업하는 팝업 레스토랑을 열곤 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맛과 컨셉트를 선보이며 미식의 가능성을 엿본 셈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상설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도 코스 위주의 파인다이닝에서 단품 위주의 가벼운 식사와 디저트로 변화를 줬다. 르 카페 루이 비통은 본식 사이 간단한 식사를 뜻하는 ‘스내킹(Snacking)’에 한국 미식 문화를 접목한 ‘하이엔드 스내킹’ 컨셉을 내세웠다. 이름처럼 각 잡고 방문해야 할 것 같은 레스토랑보다는 차나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서 대화하기 좋은 카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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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까페 루이 비통의 메뉴들. 감칠맛을 내는 독특한 디저트, 에그 보야지부터 전통 다식을 닮은 마카롱이 담긴 청담 박스까지 다채로운 미식을 제안한다. 사진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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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카페 루이비통의 메뉴. 제철 채소로 구성한 ‘시즈널 팔레트’ 사진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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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모노그램이 인상적인 ‘비프 만두’ 소고기로 속을 채우고 간장과 참기름 육수를 곁들여 전통 만두를 재해석했다. (오른쪽) 배 콩포트와 페퍼 초콜릿 크리스프, 아몬드 바닐라 비스킷을 더한 디저트 ‘페어 샬롯’. 사진 루이 비통

르 카페 루이 비통의 디렉팅은 미쉐린 1 스타 레스토랑인 ‘임프레션’의 윤태균 셰프가 맡았다. 임 셰프는 재료 본연의 맛을 세심하게 표현해온 장점을 기반으로 루이 비통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는 루이 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아르노 동켈레 셰프와 막심 프레데릭 페이스트리 셰프와의 협업이 있었다. 그 결과 프렌치에 한국적인 풍미를 더한 메뉴들이 탄생했다. 대표 메뉴로는 시저 샐러드에 유자 드레싱을 더한 ‘유자 시저 샐러드 이클립스’와 한우로 속을 채우고 간장과 참기름 육수를 더한 ‘비프 만두’ 그리고 배 콤포트가 들어간 디저트 ‘페어 샬롯’ 등이 있다. 모든 접시마다 루이 비통이 지향하는 맛의 기준은 물론 창의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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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르 카페 루이비통의 내부. 사진 루이 비통

문화적 영감과 세계관의 투영

거대한 돔 형태로 변신한 레스토랑 내부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벽면은 서가로 구성되어 마치 도서관에 온 것 같고, 꼭대기 중앙에서 비추는 자연광은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창가 쪽 좌석은 시원한 개방감이 압도적이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구현한 동래 학춤의 우아한 곡선을 닮은 유리 루버 아래로 이국적인 정원 인테리어를 만끽할 수 있다. 서가에는 북 큐레이터가 선별한 책과 임 셰프가 직접 고른 요리 도서, 루이 비통 에디션에서 발행한 시리즈 출판물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문화적 영감을 선사한다. 인테리어와 가구는 물론, 루이 비통 모노그램이 가득한 식기류까지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여행의 예술을 느낄 수 있다.

청담으로 이전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구찌의 미식 공간인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보투라 서울(이하 구찌 오스테리아)’ 역시 이달 4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으로 자리를 옮기며 청담 미식 대열에 합류했다. 2022년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에 첫 둥지를 틀었던 레스토랑은 짙은 초록빛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가구, 구찌를 드러내는 상징물로 가득해 브랜드 고유의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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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 이전 및 리뉴얼 오픈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사진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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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구찌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수직 공원(Vertical Garden)’ 컨셉을 반영해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사진 구찌

구찌 오스테리아의 새로운 공간은 기존의 독창적 정체성을 이어가면서도 친근한 미식 공간으로 확장됐다. 구찌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수직 공원 콘셉트를 반영해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 탁 트인 전면 유리창을 통해 180도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다. 구찌 오스테리아는 리뉴얼 오픈을 기념해 총 14종의 단품 메뉴를 새롭게 마련했다. 이탈리아 전통 오징어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셰피아 바이 셰피아’, 감자 뇨끼에 숙성 치즈를 곁들인 ‘부로 에오로’, 한우와 흑돼지를 24시간 저온 조리해 깊은 풍미를 살린 파스타 ‘라구 462’ 랍스터에 병아리콩 퓌레와 조개 소스를 더한 ‘아스티체 에드 온데’ 등이 대표 단품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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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리뉴얼 오픈을 맞아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와 디저트까지 폭넓게 구성했다. 사진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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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청담 전경. (오른쪽) 피오르 디 라테, 헤이즐넛, 밤 젤라또를 조화롭게 구성한 디저트 ’젤라또 미스토’. 사진 구찌

구찌는 이탈리아 미슐랭 3스타 셰프인 마시모보투라와 협업해 피렌체, LA, 도쿄, 서울 등 총 4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점은 오픈 당시부터 전형규 총괄 셰프가 담당해 왔으며 이번 새로운 메뉴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전 셰프는 “구찌 오스테리아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요리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동시에 일상에 새로운 즐거움을 전하는 공간”이라며 청담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다이닝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나의 장르됐다...브랜드 세계관 경험하는 미식 공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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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미식 공간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헤리티지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루이 비통

하이엔드 브랜드의 미식 공간은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하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 추세다. 2015년 문 연 청담 디올 카페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청담 거리에 문 연 플래그십 스토어들도 캐주얼한 미식 공간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리차드 밀,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등 하이엔드 워치 하우스들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의 플래그십 스토어 등은 샴페인이나 가벼운 음식을 제공하는 VIP 라운지를 운영한다. 패션과 미식의 조우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티파니는 뉴욕과 도쿄 플래그십 매장에 ‘블루 박스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불가리는 로마와 도쿄에 세운 불가리 호텔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1 스타를 받았다.

브랜드 전략 전문가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는 “브랜드 관점에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경험 확장 측면에서 최적의 선택지는 결국 오프라인”이라며 “기존 럭셔리 브랜드가 VIP 공간을 통해 소수 고객에 집중했다면, 젠지 세대가 럭셔리 시장에 유입되는 지금은 미식 공간을 통해 잠재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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