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다르크·나다르크 법사위 전쟁…둘 앙숙 된 계기는 5년 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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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초선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연합뉴스

추미애(6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경원(5선) 국민의힘 의원이 간사로 오면서 시작된 ‘추·나 대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두 사람을 필두로 여야가 매 회의 때마다 강하게 충돌하고 있어서다.

추·나 대전의 시작은 나 의원이 간사로 내정되고 첫 전체회의가 열렸던 지난 2일이었다. 추 위원장이 나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을 미루자 법사위가 여야의 고성과 삿대질로 뒤덮인 것이다. 두 번째 전체회의가 열린 4일엔 비판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나 의원은 추 위원장을 향해 “의회 운영이 공산당보다 더한 조폭 회의”라고 몰아붙였고, 추 위원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 손을 떨며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추·나 대전은 여야의 징계 대결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5일 “추 위원장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상임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날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정당이 나 의원 징계안을 제출한 것의 맞불 성격이다. 범여권은 나 의원이 지난 2일 간사 선임 공방 당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을 향해 “초선은 가만히 있으라” 발언한 걸 문제 삼고 있다.

여야가 이렇게 으르렁거리자 국회 안팎에선 “법사위가 9월 정기국회의 최대 전장(戰場)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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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등이 추미애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나 대전의 당사자인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 다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한 판사 출신으로, 각 당의 최다선 여성 중진이다. 각각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내 최고 지도자를 역임했고,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탓에 호감도와 비호감도 모두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필요하다면 강경 투쟁도 서슴지 않아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로 불리는 별명까지 비슷하다.

정치 인생은 닮은 꼴이지만 두 의원의 악연은 과거부터 이어졌다. 당장 지난해 총선 때도 출마 지역구를 두고 날을 세웠다. 추 위원장이 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의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자 “누가 오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나경원)”며 물밑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추 위원장이 경기 하남갑에 공천을 받으며 총선에서의 정면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나 의원은 “저를 피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도망가신 것 같다”고 비꼬았고, 추 위원장은 “(동작을에서) 오히려 내가 압도적으로 앞섰다”며 맞받았다.

22대 총선 당선 뒤에도 두 의원의 맞대결은 종종 이어졌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를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추 위원장은 “이러다 평화가 파탄난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이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반 뒤 나 의원은 “적의 도발에 대한 침묵과 굴종을 평화라고 믿느냐”며 추 위원장을 비판했다.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이후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놓고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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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0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두 의원이 앙숙이 된 결정적 계기를 추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2020년으로 본다. 당시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나 의원이 검찰에 고발되자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 위원장은 “신속 수사”를 강조했다. 게다가 같은해 10월 법무부 국정감사 도중엔 나 의원 수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날짜와 수사 계획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피의사실 공표 논란까지 벌어졌다. 나 의원은 검찰이 자신과 자녀를 향한 13건 고발 사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하자 “추미애 검찰의 패배”라고 공개 비판했다.

추·나 대전이 불을 뿜고 있는 법사위는 앞으로도 험난할 전망이다. 양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핵심 법안이 맞붙어야 해 두 의원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까닭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검찰 개혁안 등은 야당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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