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동차 수출 3개월째 증가...일본과 관세 격차 '돌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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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에도 자동차 수출이 ‘훈풍’을 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길에는 만만치 않은 난관이 놓여 있다.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일본에 대한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내리는 등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잇따르면서다. 정부가 신속한 후속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8월 자동차 수출액은 5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1억 달러)보다 8.6%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 총액은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이는 미국이 지난 4월부터 전체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서 거둔 성과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투자로 미국 생산을 늘리면서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고,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친환경차 각축장인 유럽 등 시장에서 선전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2억 달러로 15.1% 감소했지만, EU(유럽연합) 17.8%, 아시아 40%, 기타 유럽 24.4%, 중동 8% 증가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또한 완성차 업체들은 발빠르게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조지아 서배너에 전기차 생산기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해 아이오닉5·아이오닉9 등을 대량 생산 중이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 합산 판매량은 17만945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런 실적이 향후에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일 무역 합의를 공식 이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일본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자동차 품목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한국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 계획에 대해서는 이견이 남아있다.
그동안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고, 미국시장 점유율 유지에 사활을 걸었던 한국 완성차 업체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48조286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 늘어나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6016억원으로 15.8%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은 1년 전 9.5%에서 7.5%로 낮아지는 등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의 자동차 관세만 25%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의 3분기 이익 감소분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7월 말 보고서에서 “3분기 관세 비용만 현대차는 1조원, 기아는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할 수 있었던 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었다.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는 기본 2.5% 관세를 부담해 한국차는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관세 영향을 고려할 때 가격 역전은 시간문제다.
실제 현대차 아반떼(미국 판매명 엘란트라)의 최저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2만2125달러이며, 동급인 일본 도요타의 코롤라는 2만2325달러다. 품목 관세율을 반영해 가격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상황이 뒤바뀐다. 아반떼(2만7656달러)가 코롤라(2만5674달러)보다 비싸지는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에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이 떨어지고,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한다”며 “일본·EU와 관세율 격차 유지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공동합의문에 자동차 관세 15%를 명시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를 ▶언제(시기) ▶어떻게(조달 방식) ▶어디에(사용처) 투자할지를 먼저 명문화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 때문이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자동차 수출에 있어 가장 큰 경쟁 상대가 독일과 일본인데 두 국가의 관세가 15%로 내려갔으니, 한국도 명문화를 더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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